[프레스데일리 조남준 기자]대법원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2심 무죄 판결을 깨고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하면서 정치권과 법조계에 격랑이 일고 있다. 전례 없는 신속성과 판례의 급격한 후퇴, 그리고 ‘낙선자’에게까지 적용된 당선자 중심의 6·3·3 원칙 등 일련의 결정들이 윤석열 전 대통령 측의 ‘사법 쿠데타’라는 비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파기환송까지 단 9일… “사전 기획된 속도전”
이 사건은 지난 3월 28일 대법원에 접수된 뒤, 4월 22일 전원합의체 회부가 결정되고, 불과 이틀 뒤인 24일 두 번째 심리를 거쳐 5월 1일 선고가 내려졌다. 심리부터 선고까지 단 9일 만에 진행된 이례적인 속도에 법조계는 “심리적 설득이나 내부 토론보다 결과 주도적 판단이 우선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4월 22일 회부 당일에 바로 첫 심리가 열렸고, 선고는 공중파를 통해 생중계되기까지 했다. 조희대 대법원장 체제 하에서 이처럼 절차적 정당성과 심리의 충실성을 희생하면서까지 속도를 앞세운 이유에 대해 “대선 전 유죄 선고 신호”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대법원 스스로 뒤엎은 ‘표현의 자유 확대’ 판례
불과 6개월 전인 2023년 10월, 대법원은 유사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서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하며 “정치적 표현의 자유 확대가 헌법정신”이라며 적극적인 해석을 내놨다. 하지만 이번 이재명 후보 사건에선 표현의 자유에 조건을 달며 입장을 선회했다. “표현의 주체와 대상에 따라 보호 수준이 달라진다”며, 대선 후보라는 지위가 오히려 엄격한 법 적용의 이유가 되었다.
“사실관계 단정적 표현 남발… 유죄 신호 보낸 판결문”
기존 대법원은 파기환송 사건에서 “∼로 보인다”, “단정하기 어렵다” 등 유보적 표현을 통해 하급심 판단 여지를 남겨왔다. 그러나 이번 판결문은 “허위사실 공표임을 분명히 적시했다”며 사실관계를 단정적으로 서술해 서울고법이 별도의 실질 심리를 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파기환송을 빙자한 사실상 유죄 확정 판결”이라는 평가도 제기된다.
당선자용 ‘6·3·3 원칙’… 낙선자에 첫 적용
이번 판결에서는 원래 당선자에게 적용되던 ‘6·3·3 원칙’(1심 6개월, 2심 3개월, 대법원 3개월)을 낙선자인 이재명 후보에게 무리하게 적용한 점도 논란이다. ‘선거 결과를 조속히 바로잡기 위한 원칙’을 낙선자에게 적용해 신속한 재판을 강행한 것은, 본래 취지를 왜곡했다는 지적이다. 이는 선거 직전 사법적 판단을 통해 정치적 타격을 노린 것 아니냐는 의혹으로 이어진다.
“윤석열 임명 대법관 10인의 정치 개입”
이번 결정은 조희대 대법원장을 포함한 10명의 대법관이 주도했으며, 이들은 모두 윤석열 대통령 재임 시기 임명된 인사들이다.
민주당은 이를 “사법부의 정치개입이자 사법쿠데타”라고 규정하고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반면 문재인 정부 임명 대법관인 이흥구·오경미 대법관은 소수의견에서 기존 판례 흐름과 형법 원칙에 따라 무죄 유지 의견을 냈다.
두 대법관은 “표현이 사실인지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 의견 또는 추상적 판단으로 해석하는 것이 형사법 원칙과 판례의 흐름에 부합한다”고 지적했으며, 재판의 신속함보다 ‘설득과 시간’을 강조하며 이솝우화 ‘해와 바람’을 인용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