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데일리 조남준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 인용 이후,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된 형사재판이 본격화되면서 헌정질서 파괴의 책임 소재와 사법 개혁의 방향을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30일 경실련 강당에서 열린 ‘헌법재판소의 헌법적 의미와 향후 전망’ 토론회에서는 내란죄 성립 요건, 사법부의 공정성, 공수처의 수사권 문제 등을 놓고 법학자들의 분석과 비판이 이어졌다. 법치는 어디까지 왔고,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다음 단계는 무엇인가?
윤 전 대통령 탄핵 논의와 12.3 계엄령 문건, 정치·법률적 파장 커져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가 다시 논의되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 논의와 함께, 2023년 12월 3일 당시 국방부 및 국가안보실 내부에서 검토됐다는 '계엄령 선포 검토 문건'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대한민국 헌정질서에 중대한 질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중적 권력 행사의 위헌성, 검찰의 수사 의지 부족, 사법부의 독립성과 헌법재판소의 역할까지 헌정 시스템 전반에 걸친 문제제기가 이어지는 양상이다.
“헌정질서 위협한 계엄 검토…사실이라면 내란예비음모”
2023년 말 국정감사와 이후 언론 보도를 통해 드러난 이른바 ‘12.3 계엄령 검토 문건’은 단순한 위기관리 시나리오가 아니었다는 정황이 속속 제기되고 있다. 계엄령 선포의 법적 절차를 검토한 수준을 넘어, 실제 실행 가능성을 타진하고 군 병력 동원 계획까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보고서에는 언론 통제, 국회의 기능 정지 방안까지 담겼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법조계 일각에서는 “내란 예비 또는 모의에 해당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헌법 제77조는 대통령이 긴급한 필요가 있을 때 계엄을 선포할 수 있도록 허용하지만, 이는 국회 통제와 법적 요건에 철저히 기반해야 한다. 특히 대통령 선거 직후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계엄령을 통한 권력 유지 방안이 논의됐다면, 이는 민주 헌정 질서에 대한 중대한 도전으로 간주될 수 있다.
탄핵 논의의 재점화…헌법재판소의 시험대
이러한 상황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퇴임 이후 밝혀진 다수의 위헌·위법 행위에 더해, 재임 중 계엄령 논의에 대한 지시 여부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헌법 제65조에 따라 탄핵 사유가 충분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는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대통령의 위헌적 행위가 중대하고 지속적일 경우 파면이 정당하다”고 판단한 바 있다. 만약 이번 사안이 헌재로 회부된다면, 그 판단 기준은 한국 민주주의의 향방을 가를 분수령이 될 수 있다.
검찰 수사와 사법부 독립성 논란
현재까지 계엄령 문건과 관련한 검찰 수사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야당과 시민사회는 “검찰이 윤 전 대통령과 연루된 사안에 대해 사실상 수사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특히 일부 전직 장성 및 고위 안보실 인사들이 관련 증거를 확보하고 있음에도 소환조차 이루어지지 않는 현실은, 검찰 독립성과 사법 정의에 대한 국민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헌법학계에서는 이번 사안을 계기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견제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별검사제 도입이나 수사권 독립 기관 구성이 필요하다는 제안도 뒤따른다.
시민사회의 요구: 진상규명과 헌정질서 회복
시민사회는 ‘12.3 계엄령 문건’의 진상 규명을 촉구하며 연일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참여연대, 민변, 전직 판사 및 헌법학자들까지 이번 사안은 단순한 권력 남용을 넘어 “민주헌정질서의 근간을 뒤흔드는 국가적 위기”라고 규정한다.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사법개혁 및 헌법기관의 구조적 재설계가 요구되고 있다.
특히 “탄핵은 개인의 명예 박탈이 아니라, 헌법 수호와 민주주의 질서 회복의 과정”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대한민국 헌정 시스템의 최종 시험대
윤 전 대통령의 탄핵 논의와 계엄령 검토 문건 사태는 단순한 정쟁을 넘는다. 이는 대한민국 헌정 시스템의 내구성과 회복력을 시험하는 역사적 국면이다. 사법부, 입법부, 언론, 시민사회가 각자의 책임을 다하지 못한다면, 이는 향후 어떤 권력에게도 잘못된 선례가 될 수 있다.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지금, 새로운 분기점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