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데일리 조남준 기자] 5월 1일, 대한민국 정치는 이례적인 사법·입법·행정 충돌 속에 격랑으로 빠져들었다.
대법원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 파기환송’하면서 민주당이 “쿠데타”, “국민주권 찬탈”이라며 강경 반발한 직후, 국회는 야당이 추진하던 최상목 부총리 탄핵안 표결을 사실상 무력화시키는 또 다른 사법·정치 드라마를 목격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날 밤 본회의에서 최 부총리 탄핵안을 상정했으나, 투표 도중 정부로부터 최상목 장관의 면직 통보가 도착하자 “탄핵 대상자가 없다”며 표결을 중단하고 개표를 취소했다. 최 전 부총리는 표결 약 4분 전인 오후 10시 28분 사의를 표명했고, 대통령 권한대행인 한덕수 국무총리는 불과 20분 만에 이를 수리해 면직 통보를 단행했다.
이로써 민주당이 지난 3월 21일 발의한 최 부총리 탄핵안은 본회의 문턱에서 좌초됐다. 당시 탄핵 사유는 헌법재판소가 국회의 인사청문 권한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지적한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 거부 건이었다. 민주당은 이를 헌정 질서 위반으로 규정하고 탄핵을 밀어붙였으나, 최 부총리가 스스로 물러남으로써 사실상 ‘회피전략’이 성공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번 사퇴가 탄핵 정국의 정치적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한 정부의 ‘절묘한 대응’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하루 동안 사법부와 행정부 양쪽에서 연속적으로 정치적 패배를 경험한 셈이다.
■ '정치-사법 충돌'과 '탄핵 회피'… 민주당의 이중 부담
이날 하루 벌어진 사법부와 행정부의 결정은 공교롭게도 민주당을 둘러싼 정치적 불확실성을 배가시켰다. 대법원 판결로 인해 이재명 후보의 법적 리스크는 커졌고, 탄핵안 무산으로 행정부 견제 시도 역시 빛이 바랬다.
민주당은 여전히 “사법 정치화”, “내란 잔당의 반격”이라는 강도 높은 메시지를 내놓고 있으나, 사법 절차와 정치 수단 양쪽 모두에서 설득력을 잃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이재명 후보의 법적 지위가 파기환송심에서 어떻게 결론 날지, 그 전에 대선이 먼저 치러질지 여부가 정국 최대 변수로 떠오른 가운데, 민주당은 최 부총리 탄핵 무산이라는 ‘정치 실패’를 떠안게 됐다.
한편 정부는 최 부총리의 사의 수리를 통해 정국의 불필요한 소모전을 피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도 있지만, 국회의 인사청문권을 무력화시켰다는 비판은 여전히 남는다. 헌법재판소가 명확한 위헌 판단을 내린 사안을 무시한 행정부의 대응은 헌정 질서를 시험대에 올려놓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 헌법과 정치의 경계에서… ‘불신의 피로’ 누적
이재명 후보에 대한 대법원 판단과 최상목 부총리의 퇴진 및 탄핵 중단은 단순한 사건이 아니다. 이는 헌법기관 간 긴장, 여야 간 극한 대립, 그리고 국민적 불신이 삼중으로 교차하는 대한민국 정치의 위험 신호다. “국민주권을 찬탈하려는 시도”와 “법치를 무시한 정치 개입”이라는 상반된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헌법 제1조의 의미와 실제 작동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다시금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