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데일리 조남준 기자] 온라인 플랫폼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가습기살균제 참사, 자동차 배기가스 조작, 라돈침대 사태 등 반복돼 온 대규모 피해 사건에 대한 집단적 구제 수단을 마련하기 위한 일반 집단소송법 제정이 국회에서 추진된다. 그동안 증권 분야에 한정됐던 집단소송 제도를 전 산업·생활 영역으로 확대해, 기업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오기형 의원은 6일 '집단소송법안'을 대표발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법안에는 최민희·박홍배·김윤·권칠승·이주희·허영·김영배·김원이·이훈기·노종면·김문수·박해철·이재관·김남근·장종태·박선원·정일영·강준현 의원 등 총 19명이 공동발의자로 참여했다.

증권 분야만 존재하던 집단소송, 전면 확대

현행 제도에서는 증권 관련 피해에만 집단소송이 허용돼 왔다. 이로 인해 환경·소비자·안전·개인정보 침해와 같이 소액이지만 다수에게 발생하는 피해는 개별 소송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고, 소송비용이 피해액을 웃돌아 실질적인 권리구제가 어려운 구조적 한계가 지적돼 왔다.

개정안은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일반 불법행위 전반에 적용 가능한 집단소송 제도를 새로 도입한다. 집단소송을 “공통의 이익을 가진 다수에게 피해가 발생한 경우, 그 중 1인 또는 수인이 대표당사자가 되어 손해배상이나 원상회복을 구하는 소송”으로 정의했다.

50인 이상 피해 발생 시 집단소송 허용

법안에 따르면 ▲피해 집단이 50인 이상이고 ▲법률적·사실적 쟁점이 공통되며 ▲개별 소송보다 집단소송이 효율적인 경우에 한해 집단소송이 허용된다. 소송의 전문성과 복잡성을 고려해 원고에 한해 변호사 강제주의도 도입된다.

또 법원은 대표당사자가 전체 피해자의 이익을 적절히 대변하지 못한다고 판단될 경우, 직권 또는 신청에 따라 대표당사자의 소송 수행을 제한할 수 있도록 했다. 구성원 보호 장치도 강화돼, 소송 허가·화해·판결 결과 등 주요 절차는 구성원들에게 개별 통지와 공고를 통해 반드시 고지하도록 했다.

소비자단체도 ‘책임확인소송’ 제기 가능

특히 이번 법안은 피해자의 개별 위임이 없어도 한국소비자원 등 공익적 소비자 권익 보호 기관이 책임확인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개별 손해액 산정이 곤란한 경우, 먼저 기업의 책임을 확정한 뒤 배상 절차로 이어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아울러 법원은 소송 과정에서 상대방에게 자료 제출을 명령할 수 있고, 이를 부당하게 사용할 경우 형사처벌이 가능하도록 해 증거 확보의 실효성도 높였다. 분배관리인을 선임해 배상금 분배를 법원 감독 아래 진행하도록 하는 절차도 마련됐다.

“기업 책임 강화·국민 권익 보호 전환점”

오기형 의원은 “증권 분야와 달리 취급할 이유가 없음에도, 다수 피해가 발생하는 다른 영역에는 집단소송 제도가 부재했다”며 “이번 법안은 소액·다수 피해자의 실질적 권리구제와 함께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제도적으로 강화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국내 소비자·환경·안전·개인정보 보호 체계는 사후 규제 중심에서 집단적 권리구제 중심으로 한 단계 진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기업 활동 위축 우려와 소송 남발 가능성에 대한 논의도 함께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