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데일리 한종갑 기자] 우리나라 자영업이 경기침체 때문이 아니라 인구구조 변화, 소비 채널 전환, 디지털 확산 등으로 인한 ‘구조적 전환기’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자영업자의 고령화 심화, 폐업 증가, 디지털 적응 격차 확대 등 다층적 위기가 복합적으로 나타나고 있어 지원 패러다임을 유지에서 전환으로 바꿔야 한다는 제안이다.

국회미래연구원(원장 김기식)은 13일 발간한 '자영업 시장의 구조적 전환과 정책적 과제' 보고서를 발표하고, 현재 자영업 시장의 위기가 단기 경기 부진이 아니라 장기적·구조적 변화에 따른 전환기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자영업자 수는 2007년 612만 명에서 2024년 575만 명으로 감소했으며, 전체 취업자 중 자영업 비율도 1991년 39.2%에서 2023년 23.2%로 줄었다.

하지만 여전히 OECD 평균 15.6%와 일본 9.5%보다 높은 수준이다. 무엇보다 자영업자의 고령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60세 이상 비중이 2011년 18.4%에서 2024년 32.9%로 크게 늘었다. 도매업·음식업 등은 고령층 비중이 30% 안팎으로 치솟아 위험성이 더 커졌다.

보고서는 “은퇴 후 준비 없이 진입장벽 낮은 업종에 창업한 고령층이 자산을 소진하고 부채만 남기는 악순환에 빠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 구조적 변화 요인: 인구 감소·소비 기반 약화·디지털 전환

보고서는 자영업 생태계 변화를 가져온 핵심 요인으로 ▲생산연령인구 감소, ▲소비패턴 변화, ▲디지털 격차, ▲팬데믹 이후 구조 변화 가속을 꼽았다.

생산연령인구는 2020년 3,738만 명에서 2035년 3,188만 명으로 급감할 전망이며, 고령층·1인 가구 증가로 외식·문화소비 등 재량소비가 줄고 필수 소비가 중심이 되는 구조 변화도 확인됐다.

소비채널의 급격한 온라인 전환도 자영업의 격차를 심화시키고 있다.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5년 만에 136조 원에서 259조 원으로 증가했고, 음식·주점업에서는 20~30대 사업자의 디지털 도입률이 40%인 데 비해 60대 이상은 8.1% 이하에 불과했다. 온라인 플랫폼 도입 사업자의 매출이 비도입 대비 최대 3배 가까이 높다는 점도 격차를 뚜렷하게 보여준다.

팬데믹 시기 50·60대의 온라인 소비 이용률이 폭증하고 배달음식 시장이 5년간 5배 성장하는 등 디지털 소비 확산이 자영업의 생존 조건으로 완전히 자리 잡은 점도 강조했다.

■ 폐업 폭증·영세화 심화… 100만 원 미만 사업자 922만 명

보고서는 자영업 시장의 활력이 빠르게 저하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폐업자 수: 2019년 85.3만 명 → 2024년 92.5만 명(13년 만 최대)

창업 대비 폐업률: 2020년 60.6% → 2024년 85.2%

월수입 100만 원 미만 사업자: 2019년 611만 명 → 2023년 922만 명

또한 자영업 채무는 372조 원(2014년)에서 1,068조 원(2025년 1분기)으로 3배 증가했고, 비은행권 연체율은 3.92%로 은행권의 7배에 달했다. 취약 자영업자 연체율이 12%를 넘는 등 금융 리스크가 위험 수준에 이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 구조적 취약점: 프랜차이즈 확장·업종 편중·세대 간 격차

보고서는 ▲프랜차이즈의 과잉 경쟁, ▲고령층 매출 열위, ▲유사업종 쏠림 등의 구조적 취약성이 심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신규 창업이 많은 업종일수록 3년 생존율이 40~50%대로 낮아, “진입장벽 낮은 업종에 창업 집중 → 경쟁 심화 → 낮은 생존율 → 재창업 집중”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 “무분별한 보편 지원, 오히려 부채 증가시켜”… 정책 전환 촉구

보고서는 정부의 창업지원·정책자금 중심의 ‘유지 중심 정책’이 오히려 자영업자의 부채 증가와 재무 리스크 확대를 초래했다며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수지 부연구위원은 “보편 지원은 포화 시장 경쟁을 더 심화시키고 부채만 늘릴 수 있다”며
“자영업 생태계를 ‘유지’가 아닌 ‘전환’ 중심으로 재설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 제안된 정책 방향

보고서는 다음과 같은 정책 전환을 제시했다.

고령층 생계형 창업 억제 → 맞춤형 일자리 중심 지원

청년 창업, 양적 지원 → 전문성·준비도 중심 질적 지원 전환

재창업 반복 억제 → 유망 업종 전환 교육·전직훈련 강화

단기 금융지원 축소 → 구조적 전환지원 중심 재설계

디지털 역량 강화·폐업 후 재취업·전직훈련 통합 패키지 마련

보고서는 “자영업이 지역경제와 고용의 중요한 기반인 만큼, 인구구조·디지털 변화에 대응한 미래형 자영업 생태계로 재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