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데일리 조남준 기자] 최근 잇따른 백화점 폭탄테러 협박 사건 당시, 다수의 하청노동자들이 위협 사실조차 안내받지 못한 채 근무를 이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절반 이상은 테러나 화재 등 사고 대응 안전교육을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는 것으로 조사돼, 대형 유통시설의 안전관리 실태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진보당 정혜경 의원(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은 지난 15일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서 “백화점들이 원·하청이 함께 참여하는 공동 안전메뉴얼을 마련하고 정기 협의회를 운영해야 한다”며 “고용노동부가 즉각적으로 실태를 점검하고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일부 노동자에게만 경고가 전달된 것은 의아한 일”이라며 “모든 노동자가 안전할 수 있도록 관리 체계를 재점검하겠다”고 답했다.

■ 9곳 중 6곳 “테러 위협 안내 못 받아”… 대피 지시도 전무

정혜경 의원실과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동조합이 지난 9월 실시한 전국 59개 백화점 106개 매장 실태조사 결과, 폭탄테러 협박이 있었던 9개 백화점 중 6곳이 노동자에게 아무런 안내를 하지 않았고, 7곳은 대피 지시조차 없었다.

조사 대상에는 ▲신세계백화점 본점·광주점·용인점·하남점·면세점 본점·인천공항점 ▲롯데백화점 광주점 등이 포함됐다. 일부 노동자들은 “훈련인 줄 알았다”, “SNS를 통해 알게 됐다”며 당시 혼란스러웠던 상황을 증언했다.

현장에서는 “대피 방송도, 지시도 없이 누가 ‘빨리 나가라’고 외쳐 대피했다”거나 “계단문조차 직접 열어 내려갔다”는 등, 기본적인 재난 대응 체계조차 작동하지 않았던 정황이 확인됐다.

■ 절반 이상 “안전교육 받아본 적 없다”… 사후지원 ‘전무’

폭탄테러 위협 이후에도 외상 스트레스(PTSD) 예방 지원이나 안전 점검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전국 조사 결과, “테러·지진·화재 등 재난 상황 시 대피 요령 교육을 받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50.9%가 ‘없다’고 답했다.

정기적으로 교육을 받는다는 응답은 21.7%에 불과했으며, 27.4%는 “간헐적으로 받는다”고 응답했다.

■ “백화점 원청의 안전불감증이 근본 문제”

정혜경 의원은 “칼을 든 사람이 돌아다니는 위협에 노동자들이 탈의실에 숨어야 했고, 지진이 났을 때 본사 직원은 대피했지만 협력업체 노동자들은 ‘지침이 없어 기다려야 했다’는 사례가 있다”며 “백화점이 이렇게 위험한 노동현장일 줄 누가 알았겠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또 “백화점 본사가 대피 지시를 내리지 않으면 매장 단위에서는 움직일 수 없는 구조”라며, “이는 결국 백화점·면세점 본사의 하청노동자 안전불감증 문제”라고 비판했다.

■ “고용노동부, 감독 책임 면하기 어려워”

의원실이 고용노동부에 확인한 결과, ▲2018년 포항 지진 ▲2023년 서현역 칼부림 사건 ▲2025년 인천 롯데백화점 화재 ▲2025년 서울·광주 신세계 폭탄테러 위협 등과 관련해 백화점 현장에 대한 산업안전감독은 단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정 의원은 “백화점 본사들이 ‘통합 안전매뉴얼’을 제정·보급하고, 협력업체 노동자들과 함께 정기적인 안전교육과 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며, “고용노동부는 백화점 원청이 노동자 안전을 실질적으로 책임지도록 강력히 지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