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데일리 한종갑 기자] 윤석열 정부의 대표적 원전 수출 성과로 홍보됐던 ‘이집트 엘다바 원전’ 사업이 실상은 손실만 쌓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은 최근 3년간 기자재 계약을 단 한 건도 성사시키지 못한 채, 3천억 원이 넘는 손실을 떠안은 것으로 확인됐다. 사업 추진 당시부터 국제정세를 무시한 ‘정치적 이벤트성 계약’이라는 비판이 재점화되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동아 의원(더불어민주당·서울 서대문갑)은 20일 국정감사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첫 번째 원전 수출 성과로 내세웠던 이집트 엘다바 원전 사업은 ‘치적쌓기용 쇼케이스’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엘다바 원전 사업은 2022년 8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직후 러시아 국영기업 ‘로사톰(Rosatom)’의 자회사와 한수원이 하도급 계약을 체결하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당시 우리 정부는 서방의 대러 제재에 동참하며 러시아로부터 ‘비우호국’으로 지정된 상태였다. 외교적 리스크가 극대화된 시점에 러시아 국영기업과 계약을 체결한 것은 무리한 결정이었다는 지적이다.
또한, 한미정상 합의에 따라 ‘IAEA 추가의정서’에 가입한 국가에만 원전 수출이 가능하다는 합의가 있었음에도, 이집트가 해당 의정서 미가입국임에도 불구하고 사업에 참여한 점 역시 절차상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한수원의 공시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한수원은 엘다바 사업 관련 공사손실충당부채로 2,585억 원을 설정했으며, 불과 3개월 만에 2분기에는 3,078억 원으로 500억 원 이상이 증가했다. 사실상 사업 착수 3년 만에 3천억 원대 적자를 기록한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이집트 현지 기자재 계약 실적이 전무하다는 점이다. 한수원은 2023년 12월부터 2025년 10월까지 총 92건의 기자재 입찰 공고를 냈지만, 단 한 건의 계약도 체결하지 못했다. 모든 입찰이 유찰되거나 재공고, 취소로 이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김동아 의원은 “한수원이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을 자처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성과 홍보를 위해 무리하게 추진한 결과”라며 “엘다바 원전뿐 아니라 대왕고래 프로젝트, 체코 두코바니 원전까지 모두 윤석열식 자원외교의 실패 사례가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원전 수출은 외교적 파장과 국제정세, 그리고 냉정한 사업성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며 “한수원이 정치적 목적에 따라 움직이는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제2의 하베스트 사태가 재연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