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데일리 김규훈 기자] 무리한 자원외교의 후폭풍으로 한국석유공사가 해외자원개발 사업에서 총 12조 8천억 원의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명박 정부 시절 대표적 실패 사업으로 꼽히는 캐나다 하베스트 프로젝트에서는 8조 9천억 원이 증발하며 회수율이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놓인 석유공사가 여전히 대규모 신규 투자를 계획하고 있어 재무위기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20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이재관 의원(더불어민주당·충남 천안갑)이 석유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석유공사는 올 6월 말 기준으로 진행 중인 16개 해외자원개발 사업에서 총 12조 8천억 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총 투자액은 27조 8,600억 원이었지만, 회수액은 15조 500억 원에 불과했다.
사업별로 보면 하베스트 프로젝트 손실이 압도적이다. 석유공사는 해당 사업에 8조 9,900억 원을 투입하고도 517억 원만 회수해 회수율이 0.58%에 그쳤다. 영국 다나 프로젝트 역시 7조 8천억 원을 투자해 3조 9천억 원의 수익을 올렸지만, 결과적으로 3조 1천억 원의 손실을 냈다.
반면 수익을 낸 사업은 전체 16개 가운데 4개뿐이었다. 베트남 15-1 광구에서 2조 6천억 원, 리비아 엘리펀트 광구에서 3,367억 원, 페루 8 광구에서 1,589억 원, 예멘 LNG 사업에서 335억 원의 이익을 거뒀지만, 막대한 누적 손실을 상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그럼에도 석유공사는 향후 5년간(2025~2029년) 약 8천억 원 규모의 신규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중장기 재무관리 계획에 따르면 동해 심해 대왕고래 탐사시추 등 국내 대륙붕 탐사에 4,639억 원, 호주·동남아 등 해외 신규 탐사에 1,306억 원을 투입할 예정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관 의원은 “석유공사가 해외자원개발 실패로 12조 원이 넘는 손실을 냈고, 누적 부채는 21조 원에 달해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놓여 있다”며 “이로 인해 과도한 이자비용이 발생하는 가운데 대왕고래 프로젝트까지 실패하면서 재무 부실이 심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불확실한 신규사업을 추진할 때가 아니라 부채를 해결할 실질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 시점”이라며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한 구조조정과 투자 효율화 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