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데일리 조남준 기자]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노동자들이 회사 경영진의 ‘부당 징계’와 ‘거액 손해배상 청구’를 강력히 규탄하며 국회에 목소리를 높였다.

KAI 사무노동조합과 진보당 정혜경 국회의원은 24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379억 원 손배소 협박은 노동자들을 길들이려는 전형적인 노동탄압”이라며 소송 철회와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노동위 판정 무시한 손배소 “노란봉투법 정면 위배”

정혜경 의원은 취지 발언에서 “강구영 전 사장 시절 경영진의 잘못으로 국고 손실이 발생했음에도, 오히려 진실을 밝힌 노동자들이 희생양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노동위원회가 이미 복직 판정을 내렸음에도 회사는 무리한 손배소로 맞섰다”며 “이는 사회적 합의인 ‘노란봉투법’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행태”라고 강조했다.

“379억 협박, 5억 소송”… 수시로 바뀌는 손배 청구액

이창호 사무노조 위원장은 기자회견문 낭독에서 “회사는 특정 직원에게 379억 원 배상을 청구하겠다고 협박했지만, 실제 소송장에는 5억 원만 기재하는 등 금액을 고무줄처럼 바꿨다”며 “이는 노동자들을 위축시키기 위한 악의적 꼼수”라고 비판했다. 이어 “경영진은 절차적 정당성을 무시하고 허위 진술을 강요했으며, 위증과 협박까지 자행했다”며 “책임자 처벌과 피해자 명예 회복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충성이 아닌 원칙, 침묵이 아닌 진실”

현장에 선 피해 당사자 최홍석 조합원은 “충성이 아닌 원칙, 침묵이 아닌 진실, 두려움이 아닌 용기가 회사를 살린다”며 울먹였다. 발언 직후 동료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박수와 격려가 터져 나오며 긴장된 회견 분위기에 무게를 더했다.

차경원 부위원장은 “외부에선 노사문화 우수기업으로 포장하지만, 내부에선 조직적 괴롭힘과 보복이 자행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배진영 사무국장도 “무리한 손배소가 선례가 된다면 항공우주산업의 혁신은커녕 대한민국 과학기술의 미래도 흔들릴 것”이라며 정부에 전문가 출신 사장 선임을 촉구했다.

‘노동탄압 중단’ 요구 확산될 듯

사무노조는 이번 기자회견을 통해 △부당 손배소 철회 △부당 징계·대기발령 중단 △경영진 책임자 처벌 △피해자 명예 회복을 공식 요구했다. 이번 사안은 단순히 KAI 내부 갈등을 넘어,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기업 현장에서 여전히 반복되는 ‘보복성 손배소송’의 실태를 보여주는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노조 측은 국회와 정부 차원의 대응을 거듭 촉구하며 “진실을 밝힌 노동자가 징계·소송으로 고통받는다면 정의는 무너지고 산업의 미래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기자회견을 계기로 KAI 사태가 항공우주산업 경영 투명성과 한국 노동 환경 전반을 둘러싼 사회적 논쟁으로 확산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