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데일리 조남준 기자] 한국석유공사가 캐나다 하베스트 사업의 매각을 추진하면서, 지난 3년간 부채 상환 명목으로 국민 세금 약 3조 1,500억 원을 추가 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실상 ‘팔기 위해 빚을 대신 갚은 셈’으로, 자원외교의 대표적 실패 사례가 또다시 국민 부담으로 되살아났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0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권향엽 의원(더불어민주당·순천광양곡성구례을)이 석유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석유공사는 2022년부터 2024년까지 하베스트 부채 상환을 위해 22억 1,500만 달러(약 3조 1,500억 원)를 출자했다. 이는 인수 이후 총투자액 약 9조 원 중 30%에 달하는 금액으로, 모두 기존 차입금 상환에 쓰였다.

석유공사는 지난 2009년 하베스트를 인수한 이후 지금까지 9조 원을 투입하고도 505억 원만 회수, 누적 회수율이 0.57%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최근 3년간 또다시 3조 원 이상을 쏟아부은 것이다. 이는 캐나다 규제당국이 “부채를 정리하지 않으면 매각 승인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매각 필수조건인 ‘재무건전성 확보’를 위해 석유공사가 직접 채무를 갚은 결과였다.

하베스트는 2021년부터 38개 자산 그룹으로 나눠 매각에 착수했으나, 현재까지 17개 그룹만 팔렸고 매각가는 고작 32억 원에 그쳤다. 매각 손익을 따져보면 오히려 25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나머지 21개 그룹의 매각가는 협상 중이라며 석유공사는 구체적인 금액을 공개하지 않았다.

더 큰 논란은 하베스트 인수와 운영에 깊숙이 관여했던 인물이 현재 석유공사 요직에 있다는 점이다. 권향엽 의원에 따르면, 곽원준 현 석유공사 부사장은 하베스트 인수 3년 전인 2006년부터 캐나다 사무소에 근무하며 인수 과정에 참여했고, 2010년에는 하베스트의 부최고운영책임자(Deputy COO)를 맡았다. 현재도 하베스트 이사회 의장으로 재직 중이며, 최근까지 캐나다 현지 이사회에 참석하는 등 사업 운영에 관여하고 있다.

권 의원은 “캐나다 부실기업 하베스트의 빚을 갚기 위해 국민 혈세 3조 원을 쏟았다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라며 “혈세로 외국 부실기업의 부채를 탕감해준 셈”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9조 원이 투입된 자원외교 실패를 주도한 인물이 여전히 석유공사 부사장으로 ‘대왕고래 프로젝트’를 지휘하고 있다는 것은 조직의 도덕적 해이”라며 “하베스트를 실패로 몰고 간 책임자가 여전히 ‘석유공사의 얼굴마담’ 역할을 하고 있다면 국민이 어떻게 자원정책을 신뢰할 수 있겠느냐”고 질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