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데일리 한종갑 기자] 지난 7월과 8월, 대만에서 입법위원(우리나라 국회의원에 해당)에 대한 대규모 소환투표가 실시됐다. 전체 113명 중 40%가량이 파면 대상에 올랐으며, 국민적 관심을 모으며 ‘Total recall(토탈리콜)’이라 불렸다. 이번 사태는 우리 새 정부가 추진 중인 ‘국민소환제’ 논의와 밀접한 연관성을 갖는 사례로 주목된다.
대만 입법위원 소환투표는 두 단계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먼저 선거구 선거인 1% 이상의 서명을 통해 파면 제안서를 제출하고, 제안이 성립되면 선거인 10% 이상의 소환 서명을 일정 기간 내에 확보해야 한다. 이후 유효 서명 확인 후 20일에서 60일 사이에 투표가 진행된다. 2016년 법 개정을 통해 기준이 완화되었으며, 이번 소환투표 대상 31명은 모두 국민당 지역구 의원이었다. 최종 투표에서는 파면 요건을 충족한 의원이 없었다.
이번 대규모 소환투표는 2024년 총선 후 입법원에서 여소야대 분점정부가 구성된 가운데, 야당이 의회를 장악하며 일방적으로 처리한 법률에 대한 시민사회의 반발에서 비롯됐다. 시민단체들이 조직한 ‘파랑새운동’은 대대적인 소환투표 운동으로 전환됐고, 여야가 서로 맞불 서명 운동을 벌이는 양상으로 이어졌다.
국회입법조사처는 9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국민소환제가 제도적으로는 선출 대표의 책임성을 강화하고 정치적 효능감을 높일 수 있지만, 정당정치의 도구로 사용될 경우 사회적 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만 사례는 특히 정치적 양극화가 심한 상황에서 분점정부가 구성되면, 반대통령제 방식에서 통치력이 제한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보고서는 우리나라에서 검토 중인 분권형 대통령제와 국민소환제 도입 과정에서 제도 남용 방지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는 단순한 직접민주주의 확대가 아니라, 제도의 안정성과 정치적 균형을 함께 고려해야 함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