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데일리] 명도소송은 법적 승리를 얻었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판결을 받아도 임차인이 자진퇴거하지 않으면, 절차는 강제집행 단계로 넘어간다. 이때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집 안에 남은 동산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다.

법도 종합법률사무소 엄정숙 변호사는 “집행은 단순히 ‘사람만 내보내는 절차’가 아니라, 남겨진 물건의 보관·매각·폐기까지 포함하는 종합적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즉, 명도소송은 종료된 임대차에서 부동산을 안전하게 돌려받기 위한 법적 장치이지만, 집행 단계까지 고려한 철저한 준비 없이는 시간과 비용 면에서 큰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

2023년 기준 명도소송 접수 건수는 3만5,593건으로 전년 대비 19% 증가했다. 같은 해 가압류·가처분 접수는 29만870건으로 29.6% 늘어나, 본안과 보전절차 모두에서 부담이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집행 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시간·비용 리스크를 사전에 관리하지 않으면, 승소에도 불구하고 실제 부동산 인도 과정에서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법도 명도소송센터의 ‘2025명도소송통계’에 따르면, 종료 사건 405건 중 강제집행까지 진행된 비율은 26.2%였다. 집행 단계별로 보면 계고 2단계가 75%, 본집행 3단계가 21.9%로 집계됐다. 엄 변호사는 “많은 사건이 계고 단계에서 정리되지만, 본집행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두고 준비해야 일정 차질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집행 현장에서 발생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실제 집행 사건 중 컨테이너 비용이 발생한 비율은 10.4%였으며, 비용 중앙값은 대당 110만 원이었다. 이처럼 예상치 못한 비용이 발생하면 임대인의 부담은 크게 늘어난다. 엄 변호사는 “집행 전 예납·보관·매각 시나리오를 구체적으로 수립하고, 담당 집행관실과 비용 구조를 사전에 맞춰야 불필요한 분쟁과 지연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강제집행은 최종 단계에서 집행관이 집을 열고 물품을 옮기는 과정이다. 임차인과 충돌이 발생할 수 있으며, 물품 보관을 위한 창고 임대료와 운송비 부담도 추가된다. 따라서 임대인은 단순히 법적 승소 여부에만 주목해서는 안 된다. 집행 전 동산 처리 방식과 비용 구조를 집행관실과 면밀히 협의하고, 최악의 상황까지 대비하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최근 명도소송 증가 추세와 복잡해진 절차를 고려하면, 임대인은 강제집행 전 준비 없이는 시간과 비용을 낭비할 수밖에 없다. 결국 명도소송의 승패는 법원 판결보다, 사람과 물건, 시간과 비용까지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준비 능력에서 결정된다. 집행을 ‘단순 절차’로 보지 않고, 전략적 계획으로 접근할 때만 비로소 안정적인 부동산 회수가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