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데일리 조남준 기자] 국내 주요 보험사들이 기후위기에 따른 피해를 겪으면서도 여전히 화석연료 산업에 의존해 기후위기를 가속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13일 국회의원회관 제3간담회의실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상혁 의원, 조국혁신당 신장식 의원, 기후솔루션, 소비자시민모임,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이 공동 주최한 ‘일상화된 재해, 보험 산업의 기후위험과 책임’ 세미나에서다.

세미나에서는 폭염, 집중호우, 태풍 등 재난이 매년 반복되는 상황에서 보험산업이 피해 복구를 넘어 기후위기 완화와 적응, 에너지 전환 촉진자로 나아가기 위한 방안이 논의됐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에 따르면 2024년 6월 기준 국내 10대 손해보험사의 화석연료 보험 규모는 182.7조 원으로, 재생에너지 보험의 7배에 달했다. 특히 석탄 부문은 1년 만에 82% 이상 증가했고, 신재생에너지 투자 비중은 13.6%에 불과했다. 신규 재생에너지 금융 투입액은 최근 2년 새 급감했다.

반면, 글로벌 주요 보험사들은 북극·타르샌드 등 고위험 화석연료 프로젝트를 배제하고, OECD·유럽 기준 2030년, 글로벌 기준 2040년까지 석탄 단계적 폐지를 목표로 설정하는 등 전환 속도를 높이고 있다.

세미나에서는 제도 개선 방안도 제시됐다. 공공기관과 지자체가 보험사 선정 시 기후금융 실적을 평가 기준에 포함하고 투명하게 공개할 것, 재생에너지 발전량 변동을 보완하는 지수형 날씨보험 활성화, 산업 차원의 공동행위에 대한 공정거래법 면책 규정 마련 등이 대표적이다.

이승준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기후위기는 이미 현실화된 문제”라며 “재생에너지 발전을 지원하는 날씨보험, 재난 예방 조치에 따른 보험료 인센티브 등 새로운 상품 개발과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남영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ESG금융실 실장은 “보험사들이 탈석탄 선언과 이행 로드맵, 재생에너지 투자 실적, 글로벌 기후 이니셔티브 참여 현황 등을 평가지표로 삼아 기후투자에 적극적인 보험사에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외 사례도 공유됐다. 호주의 아다니 석탄광 개발과 미국 북극 석유·가스 개발이 글로벌 보험사의 인수 거부로 지연되거나 좌초된 사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산불로 인해 주요 보험사가 주택보험 인수를 중단해 지역사회 재건 프로젝트가 멈춘 사례 등이다.

이대건 한국은행 기후리스크관리팀장은 “보험사들이 물리적 위험뿐 아니라 전환 위험까지 아우르는 기후리스크 관리 역량을 높이고, 국제 기준에 맞춘 공시와 관리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미나에 참석한 박상혁 의원은 “보험업계 스스로 기후위기가 촉발한 경영 위기와 생존 위협을 극복하고,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려면 내실 있는 ESG 경영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신장식 의원도 “보험산업은 산업 전환의 방향을 결정하고 친환경 사업을 실행으로 이끄는 핵심 주체”라며 제도적 기반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참석자들은 기후위기가 심화되는 시대에 보험산업이 단순한 재난 피해 복구 역할을 넘어, 탄소중립 목표 달성과 산업 구조 전환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제도적·정책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