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플린더스대학교(Flinders University) 멜라니 맥그리거(Melanie MacGregor) 부교수
[프레스데일리 조남준 기자] 지구 전역의 토양·해양·대기에서 플라스틱 폐기물이 분해되며 마이크로 및 나노플라스틱 오염이 확산되는 가운데, 이로 인한 화학물질의 ‘누출(leakage)’ 문제가 국제적 우려를 낳고 있다.
호주 플린더스대학교(Flinders University)의 멜라니 맥그리거(Melanie MacGregor) 부교수는 28일 본지에 제공한 자료를 통해 “생산에서 폐기에 이르기까지 플라스틱의 전 과정에서 의도적 혹은 비의도적으로 화학물질이 방출되고 있으며, 이는 생태계와 인류 건강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며 강력한 국제 플라스틱 조약의 필요성을 촉구했다.
맥그리거 부교수는 호주의 연구기관인 ARC와 매튜 플린더스 펠로우십 소속 과학자로, ‘효과적인 플라스틱 조약을 위한 과학자 연합(Scientists' Coalition for an Effective Plastics Treaty)’의 일원이다. 이 연합은 내달 8월 5일부터 14일까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유엔 산하 정부간 협상위원회(Intergovernmental Negotiating Committee, INC)에 정책 제안서를 제출했다.
플라스틱 소비는 전 세계적으로 급증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생산된 플라스틱의 절반 이상이 2000년 이후에 만들어졌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2050년까지 연간 플라스틱 생산량이 두 배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플라스틱 폐기물의 재활용률은 10%도 채 되지 않으며, 대부분이 단 한 번 쓰고 버려지는 일회용 플라스틱이다. 이에 따라 토양과 해양 생태계는 오염에 지속적으로 노출되고 있다.
플린더스대 공학·과학대학 내 나노·마이크로플라스틱 연구 컨소시엄을 이끄는 맥그리거 교수는 “플라스틱 산업의 화학물질 및 입자 방출을 통제하고 이를 모니터링할 체계가 시급하다”며 “1차 폴리머(primary polymer)도 포함한 누출 관리 조항이 이번 조약 협상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생산과 소비 단계뿐만 아니라 폐기, 재활용, 복원 과정 전반에서 온실가스 및 휘발성 유기화합물, 미세·나노플라스틱 등 오염물질의 방출을 줄이기 위한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화장품, 산업용 연마재, 합성 섬유, 타이어 및 도로 재료, 식품 포장재, 농업용 필름 등 다양한 산업군에서 의도적으로 사용되는 마이크로플라스틱(5mm 이하 입자)에 대한 금지 조치가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맥그리거 교수는 “수백만 톤 규모의 마이크로플라스틱이 더 작고 위험한 나노플라스틱으로 분해되며, 그 과정에서 다량의 화학물질이 환경으로 새어나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협상의 핵심은 해양 환경을 포함한 전 세계 플라스틱 오염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법적 구속력 있는 국제 조약(INC-5.2)의 초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한편, 플린더스대 연구팀은 남호주 지역의 민물과 해양에서 미세플라스틱 오염 수준을 모니터링해왔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애들레이드로 유입되는 7개 수계에서 플라스틱 오염이 발견됐으며, 섬유(72%)가 가장 많이 검출됐고, 그 뒤를 조각(17%)과 구슬 형태(8%)가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