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데일리 조남준 기자] 기후위기와 재난이 일상화된 시대, 인공지능(AI)과 가상융합 기술을 활용한 재난대응 혁신이 절실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특히 AI를 기반으로 한 ‘재난 특화 대응체계’ 구축과 함께 기술의 단계적 도입과 검증이 필요하며, 재난을 AI 투자 100조 원의 전략적 영역으로 삼아야 한다는 제안이다.

국회미래연구원(원장 김기식)은 24일 발간한 '미래전략 Insight' 시리즈의 하나로 “AI와 가상융합 기반 재난재해 대응방안” 정책 브리프를 통해 이같이 제시했다.

보고서는 반복적 재난 발생에 대한 기존 대응체계의 한계를 지적하고, AI와 가상융합 기술을 통해 재난대응 전 과정을 혁신할 것을 제안했다.

보고서는 특히, 기후위기와 도시화 등으로 재난이 ‘예외적 상황’이 아닌 ‘뉴노멀(New Normal)' 로 자리 잡았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경우, 1980년대 연평균 3.3회였던 10억 달러 이상 대형 재난이 최근 2020~2024년에는 연 23회로 급증했으며, 재난 발생 간격도 82일에서 18일로 단축됐다. 세계적으로도 2030년에는 연간 재난 발생 횟수가 560건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보고서는 재난 대응 실패의 원인을 재난 전·중·후 단계별로 분석했다. 사전에는 위험 인식과 준비 부족, 발생 중에는 지휘체계 혼선과 기관 간 협력 실패, 사후에는 구호 혼선과 복구 지연이 반복되며 피해를 키운다는 것이다.

특히, 2025년 3월 영남권 산불은 예방 미비, 현장 대응 혼란, 복구 지연이 연쇄적으로 작용해 1조 818억 원의 피해를 야기하며, 국내 산불 피해액 중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보고서는 AI와 가상융합 기술이 재난 대응을 지능화하고 고도화하는 ‘게임체인저’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재난 전 단계에서는 시나리오 기반 사전계획과 위험 예측, 발생 시에는 실시간 전략 최적화와 현장 대응, 사후에는 피해 정보 통합, 데이터 기반 복구 관리에 활용 가능하다는 것이다.

대표 사례로는 다음과 같은 기술이 소개됐다.

NVIDIA의 Earth-2: 초정밀 지구 시뮬레이션으로 기후 재난 예측, Google Earth Engine과 EU의 DestinE: 실시간 재난 관측 및 예측, 대만 가오슝시: AI 기반 디지털트윈 도시 구현, 태풍 예측 성공, ALERTCalifornia: AI로 산불을 조기탐지, 40%는 911 신고 전 대응, Google Flood Hub: 홍수 7일 전 예측, xView2: 위성영상 기반 피해 자동 분류, Qwake의 C-THRU: AR 헬멧으로 연기 투시, 화재 탈출 시간 5배 단축 등이다.

브리프는 AI와 가상융합 기술을 활용한 재난대응 전략으로 4가지를 제안했다.

AI 100조 투자 전략에 재난대응 포함, 재난 분야는 공공성과 산업성을 겸비한 고부가가치 영역. 1조 원 피해의 영남권 산불 사례 등으로 투자 타당성 확보. 재난 특화 AI 플랫폼 및 인프라 구축, 대형 언어모델(LLM)과 통합 데이터 기반의 재난 플랫폼 필요. 공공 조달 혁신으로 현장 기술 확산, 미국 Qwake 사례처럼 정부 주도의 혁신기술 실증 및 보급 확대 등이다.

아울러 기술 맹신은 금물… “신뢰하되 검증하라”고 재시했다. 특히 사람 생명과 직결된 만큼 기술 도입은 단계적이고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보고서를 집필한 이승환 연구위원은 “재난이 뉴노멀화된 지금, AI 100조 투자 중 전략적 우선순위로 ‘재난 대응’을 설정하고, 특화된 디지털 플랫폼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