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데일리 조남준 기자] 자민당의 붕괴는 '경제 실정'과 '배제의 정치'에 대한 민심의 분노였다.
2025년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창당 이후 처음으로 참의원과 중의원 모두에서 과반을 상실하며 사상 초유의 '소수 여당'으로 전락했다. 민심은 고물가와 생활고에 시달리는 와중에도 실효성 없는 경제 대책을 고수한 자민당에 등을 돌렸고, 그 틈을 ‘감세’와 ‘외국인 규제’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앞세운 제3정당들이 파고들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7월 31일 발표한 '자민당의 위기와 제3정당의 부상 : 2025년 참의원 선거 결과와 일본 정치의 새로운 국면' 보고서를 통해 “이번 선거 결과는 자민당 정권의 불안정성이 향후에도 지속될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특히 극우 성향 제3정당의 약진이 자민당의 정책 기조를 더욱 우경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함께 제기됐다.
이번 선거에서 자민당은 전통적인 지지 기반인 농촌 지역의 '1인 선거구'에서 의석 수가 절반으로 급감했다. 이는 내각이 추진한 농업의 기업화·효율화 정책이 농촌 현실과 괴리돼 있다는 비판이 확산된 결과로 풀이된다.
여기에 고물가 속에서도 소비세 감세를 거부하고, 현금 급여 정책을 제시한 자민당의 대응은 근본적인 해법이 되지 못했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반면, 국민민주당은 ‘소비세 감세’ 등 민생 공약을 전면에 내세웠고, 참정당은 자극적인 ‘외국인 규제’ 이슈를 선점하며 유권자의 불만을 흡수하는 데 성공했다. 두 정당 모두 비례대표에서 두 자릿수 득표율을 기록하며 의석을 크게 늘렸고, 단순한 의석 확보를 넘어 실질적인 법안 발의 권한을 갖는 정치 세력으로 자리매김했다.
입헌민주당의 부진은 뼈아팠다. 제1야당임에도 불구하고 비례대표 득표에서 국민민주당과 참정당에 밀려 4위를 기록, 유권자들에게 확고한 대안으로 인식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야권 전반이 이념적으로 분열돼 있는 만큼, 정권교체를 위한 연대 역시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자민당은 여소야대 정국에서 야당과의 협치를 피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특히 소비세 감세 등 야당의 주요 정책 요구를 수용해야 할 가능성이 커졌으며, 이 과정에서 당내 갈등이 불거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시바 총리의 리더십도 치명상을 입었다. 설령 후임 총리가 등장하더라도 소수 여당이라는 구조적 제약은 해소되지 않아, 차기 중의원 선거 전까지 정치 불안은 지속될 전망이다.
이번 참의원 선거는 단순한 정당 경쟁을 넘어 일본 정치 전반의 구조적 변화를 보여주는 신호탄이기도 하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보고서에서 “경제 위기에서 촉발된 정치 불신과 제3세력의 부상은 정치 양극화와 경제 불안을 겪고 있는 한국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며, “자민당의 정책 우경화는 향후 한일 관계에 있어 또 다른 갈등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