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김익수 기자] 경기도 안성의 한 조용한 산업단지 한켠, ‘진행워터웨이’ 본사 공장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다. 바로 전국의 노후 수도관을 갉아먹는 부식, 녹물, 물때, 스케일과의 싸움이다. 지난 26일, 한국환경전문기자협회 소속 기자 10여 명이 이곳을 찾아 공장 견학과 세미나에 참석했다. 수도관 문제 해결을 위한 첨단 기술의 현장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서다. “우리나라 수돗물, 세계적으로 상위권 평가를 받지만 그 물이 지나가는 관은 이미 병들어 있습니다.” 기자들을 맞이한 진행워터웨이 심학섭 대표는 말문을 열며 수도관이 수돗물 신뢰를 갉아먹는 ‘복병’임을 지적했다. 그는 수도관 부식을 ‘보이지 않는 적’이라 표현하며, “그 적을 경제적이면서도 과학적인 방식으로 잡아내야 국민이 안심하고 수돗물을 마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수돗물은 깨끗한데, 왜 믿지 못할까?”…문제는 '관'에 있다

우리나라는 2017년 UN 상수도 수질조사에서 122개국 중 8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국민의 수돗물에 대한 불신은 여전하다. 그 원인을 짚어보면 정수장, 배관, 물탱크, 가정 급수시설 네 곳 중 가장 큰 골칫거리는 ‘배관’이다.

30년 넘게 노후된 수도배관 내부는 눈에 보이지 않는 녹과 물때, 스케일로 가득하다. 부식이 심해지면 누수는 물론, 붉은 녹물이 그대로 수도꼭지로 흘러나온다.

정부와 지자체는 이를 해결하고자 다양한 방식으로 '세척, 방청제 투입, 에폭시 코팅, 전체 배관 교체' 등을 시도해왔지만, 어느 것 하나 완전한 해답이 되진 못했다. 기술적 한계는 물론, 비용과 인체 유해성, 환경 문제까지 얽혀 있기 때문이다.

“이온으로 관을 지킨다”…진행워터웨이의 해법

이러한 상황에서 심 대표가 제시한 해결책은 ‘진행RSI’라는 소형 장치다. 이 장치는 아연금속을 미네랄 이온 형태로 변환시키고, 이 아연이온이 배관 속 철보다 먼저 반응하여 철을 보호하는 원리다.

물속의 이온들이 아연이온과 결합하면서 물때와 스케일 형성을 막고, 이미 형성된 산화철도 안정된 상태의 마그네타이트로 전환시켜 부식을 억제한다.

“철이 녹슬기 전에 아연이 먼저 나서서 희생합니다. 그러니 철은 멀쩡히 살아남죠. 자연의 전기화학 반응을 그대로 활용한 겁니다.”

심 대표는 기술 설명을 이어가며, 이것이 단순한 ‘부품’이 아닌 ‘과학’이라고 강조했다.

이 기술은 실험실의 이론에 머무르지 않는다. 울산시, 수원시, 경산시 등 전국 130여 지자체 상수도 사업소에 설치되어 있으며, SK하이닉스, 포스코, 삼성전자 등 대기업을 포함해 5만여 곳에서 효과를 입증했다.

아파트 단지, 골프장, 산업현장 등 수돗물을 많이 사용하는 곳일수록 반응은 뜨거웠다. “물을 쓰는 곳이라면 어디든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것이 현장 관계자의 말이다.

현장에서 입증된 효과…수돗물, 이젠 '과학으로 믿는 시대'

심 대표는 물을 단순한 자원이 아닌 ‘과학의 대상’으로 본다. 전국 약수터에서 직접 물을 길어와 분석한 그는, 전남 구례군의 장수마을 ‘당몰샘’에서 장수의 비밀을 수질에서 찾았다.

이러한 집념은 ‘진행워터 PH7.4’라는 미네랄 정수기로 이어졌다. 물탱크 없이 직접 수도와 연결되는 이 정수기는 이온교환 기술을 활용해 중금속과 잔류염소를 제거하면서도 미네랄은 보강한다.

“버리는 물 없이, 미네랄은 더해주고, 물탱크의 세균 걱정도 없습니다. 정수기의 새로운 기준이죠.”

그는 국내에서 보편적인 역삼투압 방식 정수기의 한계를 지적하며, 자연 기반 정수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기자의 눈: 수도관은 땅 속의 블랙박스다

물은 생명이고, 수도관은 그 생명의 통로다. 하지만 그 통로는 우리가 평소 들여다보지 못하는 곳에 있다. 이번 안성 견학은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벌어지는 부식과의 싸움을 체감하게 한 자리였다.

과학이 물을 바꾸고, 기술이 국민의 신뢰를 다시 세울 수 있다는 가능성을 현장에서 확인한 날이었다.

수도관 문제는 단순한 인프라의 노후화가 아닌, 국민 건강과 연결된 공공의 문제라는 사실이라는 것은 비단 기자만의 생각이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