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데일리 한종갑 기자] 겉보기에는 종이처럼 보이지만, 대부분의 물티슈는 플라스틱 합성섬유로 만들어진다. 이 ‘보이지 않는 플라스틱’이 지금 전국 하수관을 막고, 해양으로 흘러가 미세플라스틱 오염을 키우고 있다. 생활 편의용품으로 자리 잡은 물티슈가 더 이상 개인의 사용 습관 문제가 아니라, 국가 하수 인프라와 환경 안전을 위협하는 구조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국회입법조사처는 '영국은 ‘판매 금지’, 한국은 ‘규제 사각지대’: 물티슈 환경 문제 해소를 위한 입법적 검토'보고서를 통해 국내 물티슈 규제 체계의 한계를 정면으로 지적했다. 플라스틱 합성섬유로 제작된 물티슈가 하수관 막힘과 미세플라스틱 확산의 주요 원인임에도 불구하고, 현행 법체계에서는 사실상 관리 대상에서 벗어나 있다는 분석이다.

문제의 핵심은 법적 분류에 있다. 우리나라에서 물티슈는 '화장품법'상 ‘인체 세정용 화장품’으로 분류돼 환경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상 1회용품 목록에도 포함되지 않아, 유통·표시·폐기 전 과정에 대한 실질적 규제가 작동하지 않는다. 그 결과 ‘변기에 버려도 된다’, ‘천연’, ‘순면 느낌’과 같은 그린워싱성 광고가 범람하며 소비자 오인을 부추기고 있다.

반면 영국은 전혀 다른 선택을 했다. 영국 정부는 물티슈를 단순한 생활 쓰레기가 아닌 국가 하수 인프라와 해양 생태계를 동시에 위협하는 물질로 규정하고, 플라스틱 함유 물티슈의 제조·판매를 단계적으로 금지하기로 했다. 웨일스를 시작으로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까지 순차적으로 적용되는 이번 조치는, 하수도 막힘의 사후 처리 한계를 인정하고 생산·유통 단계에서의 원천 차단으로 정책 방향을 전환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국내 현실은 심각하다. 전국 하수처리시설에서 수거되는 협잡물의 80~90%가 물티슈로 추정된다. 변기에 버려진 물티슈는 기름때와 결합해 ‘펫버그(fatberg)’라 불리는 거대한 덩어리를 형성하고, 이는 하수관 파손과 설비 고장으로 이어진다. 긴급 준설과 펌프 수리 비용은 결국 지방자치단체 재정과 하수도 요금 인상으로 전가돼, 사회 전체가 환경 비용을 떠안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입법조사처는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4대 정책 패키지를 제안했다. 우선 '자원재활용법' 개정을 통해 물티슈를 명확히 ‘규제 대상 1회용품’으로 정의하고, 플라스틱 합성섬유 제품을 포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생산·유통 단계 규제 강화, 폐기물부담금 부과를 통한 생산자책임 확대, 표시·광고 기준 정비와 공인 인증제 도입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돌봄 등 필수 분야는 제한적 예외로 두되, 별도의 회수·처리 기준을 마련하는 단계적 시행 로드맵도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입법조사처는 “영국의 사례는 물티슈 문제를 단순한 쓰레기 관리가 아닌 국가 인프라 보호와 환경 정책의 문제로 인식한 전환점”이라며 “국내 역시 생산 단계에서 예방 중심으로 접근하는 법·제도 정비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물티슈를 ‘종이처럼 쓰고 버리는 소모품’으로 볼 것인지, ‘플라스틱 제품’으로 관리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이 이제 한국 사회 앞에 놓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