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데일리 조남준 기자] 2030년까지 육상·해양의 30% 이상을 보전·복원하겠다는 국제 약속 ‘30×30 목표’ 이행을 위해, 보호지역 제도를 총괄하는 상위 기본법 제정이 추진된다. 여러 법률에 흩어져 있던 보호지역 관리 체계를 통합하고, 과학적 평가와 재정 기반을 갖춘 국가 차원의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국회는 9일 박해철 의원이 대표발의한 '보호지역 기본법안'과 '국가재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각각 접수했다. 두 법안은 보호지역의 지정·관리·평가를 포괄하는 기본법을 신설하고, 이를 안정적으로 뒷받침할 보호지역관리기금을 제도화하는 ‘패키지 입법’ 성격을 띤다.

이번 입법은 2022년 채택된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에서 합의된 30×30 목표를 국내 제도로 구현하기 위한 기반 마련이 핵심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보호지역 관련 규정은 자연공원법, 습지보전법, 산림보호법 등 개별 법률에 분산돼 있어 관리체계의 비효율, 중복 규제, 법적 정합성 부족이 지속적으로 지적돼 왔다.

특히 생물다양성 위기가 심화되는 상황에서도 보호지역 지정과 관리의 실효성은 떨어지고, 사유지 보상과 지원이 미흡해 지역 주민과의 갈등이 누적되면서 신규 보호지역 지정 자체가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보호지역 기본법안은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해소하기 위해 보호지역의 지정·관리·이용에 관한 기본 원칙을 규정하고, 정부가 10년마다 ‘국가보호지역 기본계획’을 수립하도록 했다. 관계 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는 이에 맞춰 5년 단위의 개별 관리계획을 수립·검토해야 한다.

또한 보호지역 관리의 형식화를 막기 위해 5년마다 관리 목표 달성 여부와 관리 효과성을 평가하고, 국제 기준에 따라 그 결과를 공개하도록 했다. 평가 결과는 예산 배분과 정책 개선에 직접 반영된다.

정책 조정 기능 강화를 위해 국무총리 소속 ‘국가보호지역위원회’도 설치된다. 위원회는 보호지역 정책의 심의·조정, 관리 효과성 평가, 이해관계자 갈등 조정, 국제협력 등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는다.

생태적 연결성 회복을 위한 제도적 장치도 포함됐다. 국가는 생태통로 설치 등 복원사업을 시행·지원하고, 개발사업자는 보호지역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를 의무화하도록 했다. 보호지역 지정과 변경, 해제 과정에서는 지역사회와 토지소유자, 주민 등 이해관계자의 실질적 참여를 보장하고, 공청회와 정보 공개 절차를 명문화했다.

아울러 국가보호지역 통합정보시스템을 구축해 국제 데이터베이스와 연계하고, 보호지역 관련 교육을 학교 교육과정에 반영하는 한편 시민참여 프로그램과 지역 기반 지속가능한 일자리 창출도 지원하도록 했다.

함께 발의된 국가재정법 일부개정안은 보호지역관리기금 설치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이다. 해당 기금은 보호지역 지정·관리·운영은 물론, 사유지 보상, 교육·홍보, 시민참여 프로그램, 연구 및 국제협력 재원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두 법안은 상호 연동돼 있어, 보호지역 기본법안이 의결되지 않거나 수정될 경우 이에 맞춰 조정되도록 했다.

박해철 의원은 “보호지역 확대는 선언만으로는 불가능하며, 과학적 관리체계와 안정적인 재정 기반, 그리고 지역사회와의 신뢰 구축이 함께 가야 한다”며 “이번 입법은 생물다양성 보전을 국가 정책의 중심으로 끌어올리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보호지역을 ‘규제의 공간’이 아닌 ‘공존과 지속가능성의 기반’으로 전환할 수 있을지, 이번 보호지역 기본법 제정 논의의 향방에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