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데일리 한종갑 기자] “시의회에 가면 늘 질타를 받습니다. 홍보를 그렇게 하는데 왜 쓰레기는 줄지 않느냐고요. 솔직히 처절하게 고민하지만, 종량제 봉투를 찢어보면 한숨부터 나옵니다. 줄였다고 자신 있게 말하지 못하는 게 현실입니다.”
수도권 한 지자체 고위 관계자의 토로다. 2026년 생활폐기물 직매립 전면 금지를 앞두고, 수도권 쓰레기 처리 체계의 균열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폐기물관리법상 ‘발생지 처리’가 원칙이지만, 현실에서는 포화 상태에 이른 소각장을 둘러싸고 지자체 간 갈등과 책임 공방만 커지고 있다. 자원순환 정책은 제자리를 맴도는 사이, 민간 소각장과 시멘트 업계만 반사이익을 누리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본지는 수도권 쓰레기 문제의 최전선에 선 정재선 고양특례시 기후환경국장과 박준태 파주시 환경국장을 만나, 직매립 금지 이후를 둘러싼 현장의 고민과 해법을 들었다.
■ 고양시 정재선 국장 “민간 위탁은 임시방편… 자체 소각장 확보가 관건”
109만 명이 거주하는 고양시는 창릉 3기 신도시 입주를 앞두고 ‘쓰레기 대란’의 문턱에 서 있다. 현재 고양환경에너지시설은 2028년 내구연한이 도래한다.
Q. 현재 고양시의 쓰레기 처리 상황은?
“하루 발생하는 생활쓰레기 310톤 가운데 180톤만 자체 소각합니다. 나머지는 화성이나 충북권 민간 소각장으로 보냅니다. 톤당 15만 원 내외의 처리비도 부담이지만, 쓰레기를 처리하기 위해 장거리 물류비를 들여 이동시키는 것 자체가 반환경적입니다.”
Q. 소각장 건립을 둘러싼 주민 반발이 거센데.
“마포구 사례처럼 ‘내 집 앞은 안 된다’는 정서가 가장 큰 벽입니다. 하지만 이제 소각장은 혐오시설이 아니라 자원순환시설입니다. 덴마크나 일본처럼 친환경·과학적 설계로 주민 편익을 함께 제공하는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솔직히 선별장과 소각장이 잘 갖춰진 지자체가 부럽습니다. 시민 세금을 쓰레기 처리비가 아니라 복지로 돌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Q. 파주시 등 인근 지자체와의 광역 협력 가능성은?
“딜레마입니다. 파주 쪽에서는 ‘어깨동무’를 하고 싶어 하는 분위기가 있지만, 각 지자체의 셈법은 다릅니다. 다만 분명한 건 2028년 이후를 대비해 고양시도 자체 소각장 하나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 파주시 박준태 국장 “100만 자족도시의 전제는 환경기초시설”
파주시는 운정신도시 등 인구 밀집 지역을 안고 있으며, 폐기물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도 경기도 내 상위권에 속한다.
Q. 최근 환경정책 예산이 크게 늘었다.
“올해 관련 예산이 1,212억 원으로 전년보다 50억 원 증가했습니다. 소각량도 이미 연 6만3천 톤을 넘었습니다. 파주를 100만 자족도시로 키우려면 환경기초시설을 지금 준비해야 합니다. 소각장 하나 짓는 데도 구상부터 가동까지 최소 5년이 걸립니다.”
Q. 광역 소각장 건립에 대한 입장은?
“가장 어려운 질문입니다. 광역이냐 단독이냐보다 중요한 건 주민 동의와 시의 실익입니다. 굴뚝에 대한 막연한 불안부터 해소해야 합니다. 법적 기준을 넘어서는 집약적 녹색기술을 적용하고, 배출 오염원을 과학적으로 검증하는 절차가 선행돼야 합니다. 김경일 시장도 취임 이후 하남·평택은 물론 유럽 자원회수시설까지 직접 둘러보며 모델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Q. 시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점은?
“종량제 봉투 값이 과자 한 봉지보다 싸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버린 만큼 비용을 부담하는 게 원칙입니다. 외국인 근로자를 위해 봉투에 다국어 표기를 도입하는 등 배출 문화 개선에 힘쓰고 있습니다. 결국 시민들이 제대로 분리배출을 해야 자원순환의 바퀴가 굴러갑니다.”
■ “명절도 잊은 기피 부서… 자원순환은 모두의 숙제”
인터뷰 말미, 두 국장은 자원순환 부서의 현실적인 고충도 털어놨다.
“늘 욕만 먹는 부서입니다. 희망 보직 조사하면 지원자가 ‘0’이에요. 명절에도 불법 투기 단속으로 전화벨이 울리고, ‘쓰레기 왜 안 치우냐’는 폭언은 일상입니다.”
플라스틱 컵 보증금제 후퇴 등 정부 자원순환 정책이 일관성을 잃은 사이, 지자체들은 사실상 각자도생의 길로 내몰리고 있다. 쓰레기가 자원이 될지, 재앙이 될지는 이제 행정의 몫을 넘어 시민 인식의 변화와 정치적 결단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