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데일리 조남준 기자] 디지털 전환 가속과 함께 방송·통신 인프라가 국가 안전의 핵심 기반으로 부상한 가운데, 통신재난 관리 제도의 실효성과 합리성을 높이기 위한 입법이 추진된다. 트래픽 규모만으로 재난관리 의무를 부과해온 기존 체계를 정비해, 국민 안전과 직접 연관성이 낮은 사업자에 대한 불필요한 규제를 줄이겠다는 취지다.
국회는 5일 황정아 의원을 대표발의자로 한 '방송통신발전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접수됐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에는 황 의원을 포함해 총 11명의 국회의원이 공동발의자로 참여했다.
현행법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수립한 방송통신재난관리기본계획을 주요방송통신사업자가 이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신고된 부가통신사업자 중 이용자 수나 트래픽 양이 일정 기준을 넘는 경우도 주요사업자로 지정돼 재난관리 의무를 부담해왔다.
“트래픽 많다고 재난 핵심은 아니다”
문제는 트래픽 양을 기준으로 한 획일적 지정 방식이 실제 재난 대응과의 연관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대규모 트래픽을 발생시키더라도 서비스 특성상 국민 안전이나 사회 기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인 부가통신사업자까지 동일한 의무 대상에 포함되면서, 규제 과잉 논란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황 의원은 제안이유에서 “재난 상황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낮은 부가통신사업자까지 주요방송통신사업자로 지정될 경우, 규제의 목적과 범위를 벗어난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며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심의위원회 판단으로 ‘합리적 제외’ 가능
개정안은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원칙적으로는 트래픽 양 등을 기준으로 주요방송통신사업자를 지정하되, 서비스 특성을 고려해 국민 안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통신재난관리심의위원회가 인정하는 경우에는 의무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위해 방송통신발전 기본법 제35조에 단서를 신설하고, 통신재난관리심의위원회의 심의 대상에 해당 예외 규정을 명시했다. 기계적 기준이 아닌, 재난 영향도 중심의 판단 구조를 제도적으로 도입한 셈이다.
재난 대응 역량은 강화, 규제 부담은 정밀화
이번 개정안은 방송·통신 재난 관리 체계를 약화시키기보다는, 정작 대응이 필요한 핵심 사업자에게 정책 역량을 집중하기 위한 ‘정밀 조정’으로 평가된다. 재난과 무관한 영역까지 의무를 확장하기보다, 사회적 파급력이 큰 서비스에 관리 자원을 집중함으로써 실질적인 안전 확보 효과를 높이겠다는 접근이다.
ICT 업계에서는 “재난 관리의 목적과 무관한 형식적 의무에서 벗어나, 서비스 특성에 맞는 합리적 기준이 마련될 필요가 있었다”는 평가와 함께, 향후 심의위원회의 판단 기준과 운영 방식이 제도의 실효성을 좌우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해당 개정안은 향후 국회 상임위원회 심사와 체계·자구 심사를 거쳐 본회의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방송·통신 재난 관리 정책이 양적 기준에서 질적 영향 중심으로 전환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