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데일리 한종갑 기자] 시멘트 제조 과정에서 사용되는 폐기물의 범위와 정보 공개를 둘러싼 논의가 결국 국회 입법 단계로 넘어갔다. 행정부 차원의 제도 개선이 절차적·제도적 한계에 부딪히면서, 관련 문제를 법률로 정리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시멘트 생산 지역 주민과 시민사회, 환경산업계 등 38개 단체로 구성된 시멘트환경문제해결 범국민대책위원회(범대위)는 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황운하 의원과 ‘폐기물사용시멘트 정보공개 법안 대책 마련 간담회’를 열고, 주택법 개정안의 조속한 논의를 요청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박남화 범대위 상임대표를 비롯해 김선홍 공동대표, 임창순 사무총장, 장기석 환경자원순환업 생존대책위원회 사무처장, 홍순명 환경기술사회 회장 등이 참석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문진석·황운하 의원이 대표 발의한 주택법 개정안은 주택 건설 과정에서 폐기물 사용 시멘트를 활용할 경우, 건설사업자가 사용검사권자에게 시멘트 성분, 폐기물 사용 비율, 제조사 및 공장 정보를 제출하도록 하고, 이를 공개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분양자와 입주민이 자신이 거주하는 주택에 어떤 시멘트가 사용됐는지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범대위는 현행 제도만으로는 실제 주택에 사용된 시멘트의 폐기물 혼합 비율과 제품 정보를 파악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박남화 상임대표는 “시멘트 업체별 폐기물 혼합 비율 차이가 큰 상황에서 단순한 ‘폐기물 사용 여부’ 표기만으로는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할 수 없다”며 “주거용 건물에 한해 정보 공개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논의가 국회로 넘어온 배경에는 행정부 검토의 한계가 있다. 범대위에 따르면 해당 사안은 국토교통부 주택공급과에서 시작돼 관계 부처 검토가 이어졌지만, 이해관계가 복잡하고 절차가 과도하다는 이유로 행정부 차원의 제도 개선이 사실상 어렵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정감사에서 “주택법 개정을 발의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언급한 점도 입법 전환에 힘을 실었다.
간담회에서는 시멘트 공정의 구조적 문제도 제기됐다. 시멘트는 고온 소성 과정에서 유연탄뿐 아니라 폐플라스틱, 폐타이어 등 고발열 폐기물이 투입되며, 연소 후 발생한 재가 시멘트 원료로 사용된다. 해외 주요국이 제한된 폐기물만 허용하는 것과 달리, 국내에서는 상대적으로 폭넓은 폐기물 사용이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장기석 사무처장은 “국내 시멘트의 중금속 관리 기준은 국제 기준과 비교해 완화돼 있거나 기준 자체가 없는 항목도 있다”며 제도 보완 필요성을 강조했다. 임창순 사무총장도 “시멘트 공장이 밀집한 지역에서는 분진 피해가 일상화돼 있다”고 호소했다.
범대위는 이미 폐기물관리법 개정을 통해 시멘트 제조에 사용된 폐기물의 종류와 사용량 공개가 일부 제도화된 만큼, 주택법 개정 역시 소비자 알 권리 강화라는 흐름의 연장선이라고 설명했다.
박남화 상임대표는 “행정부 검토가 한계에 도달한 만큼 이제는 국회가 책임지고 법으로 정리해야 할 단계”라며 “주택법 개정을 통해 시멘트 원료와 폐기물 사용 정보의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주택법 개정안이 국회 논의 과정에서 어떤 결론을 맺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