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데일리 조남준 기자] 초고령사회로 접어든 한국에서 노인층을 중심으로 에너지빈곤이 빠르게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현행 에너지바우처 중심의 지원 체계를 기후복지 관점에서 근본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정책 제언이 나왔다.

국회미래연구원(원장 김기식)은 6일 브리프 ‘에너지빈곤대응에서 기후복지로: 초고령사회의 에너지복지정책 추진 방향 검토’를 발간하고, 초고령사회 도래와 에너지 가격 상승이 결합된 ‘다중 에너지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에너지복지 정책의 구조적 전환 필요성을 제기했다.

브리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24년 12월 기준 65세 이상 인구가 1024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20%를 차지하며 초고령 사회에 공식 진입했다. 같은 기간 전기요금은 2019년 이후 다섯 차례 인상돼 2023년 기준 누적 35.9% 상승했다. 이에 따라 에너지 부담 증가율은 전체 가구가 58.7%, 최저소득층은 78.3%에 달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노인 가구의 취약성이 두드러진다. 2024년 기준 노인 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은 182만 원으로 전체 가구의 63.6% 수준에 그쳤고, 지출 항목 중 식료품·보건비에 이어 주거·광열비가 세 번째로 큰 비중을 차지했다. 노후주택 거주 비율이 높은 노인 가구 특성을 고려하면, 구조적으로 높은 에너지비용을 감내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여 있다는 평가다.

국제 기준에 따라 에너지비용이 소득의 10% 이상일 경우를 에너지빈곤으로 정의할 때, 가계동향조사 분석 결과 중위소득 45% 이하 저소득층의 절반 이상이 에너지빈곤 상태에 놓여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난방비만 기준으로 해도 전체 인구 대비 에너지 빈곤율은 최대 11.5%에 이른다.

브리프는 현행 에너지복지 제도의 한계도 구체적으로 짚었다. 에너지바우처 제도는 실물카드와 가상카드의 이원화로 고령층·농촌 거주자의 접근성이 낮고, 월평균 지원액이 약 3만 원에 불과해 실제 에너지 비용을 충분히 보전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에너지바우처를 제공받고도 노인·장애인의 미사용 비율은 2020~2024년 평균 75.6%에 달했으며, 수혜 가구 중에서도 25~30%는 여전히 에너지빈곤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농촌 지역의 높은 개별난방 의존으로 도시와 농촌 간 에너지빈곤 격차도 해소되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해외 사례와 비교하면 한국의 정책 전환 필요성은 더욱 분명해진다. 영국과 프랑스는 단순 요금 보조에서 벗어나 주택 에너지 효율 개선과 비용 지원을 결합한 정책으로 전환했고, 스웨덴은 건축물 성능 규제와 지역난방 보급을 통해 에너지빈곤을 사전에 차단하는 구조를 갖췄다.

국회미래연구원은 이에 따라 ▲에너지빈곤 개념을 ‘과도한 비용 부담’과 ‘주택 성능 부족’이라는 복합 기준으로 재정의하고 ▲시혜적 지원에서 에너지 기본권 보장으로 정책 목표를 전환하며 ▲사후적 요금 보조가 아닌 선제적 주택 효율 개선을 에너지복지의 중심축으로 삼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소득·주거·건강 데이터를 연계해 대상자를 자동 발굴하는 방식으로 신청주의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브리프를 작성한 이채정 부연구위원은 “에너지복지 전달체계가 부처별로 분산돼 있는 현 구조로는 초고령사회와 기후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며 “소득·건강·주거·기후노출 정보를 연계한 통합 거버넌스 체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초고령사회 진입과 함께 에너지빈곤이 구조적 사회문제로 부상한 상황에서, 이번 제언이 향후 에너지복지 정책의 방향 설정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