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데일리 조남준 기자] AX·DX 전환과 글로벌 공급망 불확실성이 상수가 된 산업 환경 속에서,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산업 경쟁력을 구조적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입법이 추진된다. 단순한 기업 집적을 넘어, 연구개발과 사업화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혁신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한 제도적 보완이다.

국회는 5일 정동만 의원을 대표발의자로 한 '소재·부품·장비산업 경쟁력 강화 및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특별조치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됐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에는 정 의원을 포함해 총 10명의 국회의원이 공동발의자로 참여했다.

법안은 반도체, 이차전지, 바이오헬스, 미래차 등 국가 전략산업의 기반인 소부장 산업이 안정적이고 자립적인 공급망 구축 없이는 지속 성장하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코로나19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거치며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가 현실화된 이후, 소부장 산업은 국가 산업안보 차원의 핵심 영역으로 부상했다.

‘특화단지’의 한계… 공간에서 시스템으로

정부는 그간 소부장 특화단지를 지정·운영하며 산업 기반 조성에 나서왔지만, 현장에서는 물리적 공간 조성만으로는 혁신 클러스터로 작동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지속돼 왔다. 입주기업 간 협력, 연구개발 성과의 사업화 연계, 산학연 네트워크 구축을 상시적으로 뒷받침할 전담 조직이 부재했기 때문이다.

정 의원은 제안이유에서 “미국 실리콘밸리나 중국 선전 등 세계적인 혁신 클러스터는 모두 강력한 중간지원조직을 통해 기업 네트워킹과 기술개발, 사업화를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며, 국내 특화단지도 이 같은 구조적 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화단지지원단 신설… 현장 밀착형 지원체계 구축

개정안의 핵심은 ‘특화단지지원단’ 지정 제도 신설이다.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 또는 시·도지사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협의를 거쳐 비영리 법인을 특화단지지원단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이를 통해 단지별 특성과 여건에 맞는 전문 지원조직을 상시 운영하겠다는 구상이다.

지원단의 역할도 법률에 명확히 규정했다. 발전계획 수립 지원, 기업 창업·유치 촉진, 시험·평가·공정기술 개발, 공동 연구개발 및 사업화 지원, 기술이전과 산학연 협력 활성화, 산업 동향 조사·분석 등 총 9개 핵심 기능을 수행하도록 했다. 단순 행정 지원을 넘어, 혁신 생태계 조성의 ‘허브’ 역할을 부여한 셈이다.

재정 지원·관리 체계까지 명문화

운영의 지속성을 담보하기 위한 재정 지원 근거도 함께 마련됐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예산 범위 내에서 지원단 운영비와 사업비를 출연·보조할 수 있도록 하고,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원단을 실시기관으로 우대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지방자치단체가 공유재산과 물품을 무상으로 사용하도록 허용하는 조항도 포함됐다.

아울러 지정 목적을 달성하지 못할 경우 지정을 취소·변경할 수 있는 관리·감독 체계도 함께 규정해, 책임 있는 운영 구조를 제도적으로 확보했다.

공급망 안정 전략의 ‘운영 단계’ 진입 신호

이번 개정안은 소부장 정책이 ‘단지 조성’ 중심에서 ‘운영·연결·사업화’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공급망 안정과 산업 경쟁력 강화가 선언이나 투자 규모만으로 달성되지 않는 만큼, 현장을 상시적으로 연결·조정하는 중간지원조직의 역할이 중요해졌다는 인식이 법제화 단계로 이어진 것이다.

해당 법안은 향후 국회 상임위원회 심사와 체계·자구 심사를 거쳐 본회의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특화단지가 명실상부한 소부장 혁신 거점으로 진화할 수 있을지, 입법 이후 실행력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