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노총 브리핑실에서 성명서를 발표하는 공주석 위원장
[프레스데일리 한종갑 기자] 정부가 추진 중인 인공지능(AI) 기반 행정 혁신을 두고 공직 현장의 문제의식이 공개적으로 제기됐다.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이 선언과 홍보 중심의 AI 정책에서 벗어나, 행정 현장의 구조적 비효율을 실제로 개선하는 ‘실무형 AI 행정’으로 전환할 것을 정부에 촉구하고 나섰다.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위원장 공주석, 이하 공노총)은 5일 성명을 통해 “정부가 올해를 ‘AI를 통한 혁신과 도약의 원년’으로 선언하며 전 부처와 지방정부 전반에 걸친 AI 전환을 추진하고 있지만, AI 행정 혁신의 성패는 기술 도입 자체가 아니라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공노총은 정부의 AI 행정 추진 방향 자체에는 공감하면서도, 현재의 정책이 자칫 전시·홍보용 시스템 도입에 머물 가능성을 경계했다. 공노총은 “공직사회는 여전히 파편화된 법령·예규·질의회신 검색, 반복적인 보고서 작성, 수작업 중심의 행정 처리로 과도한 행정력이 소모되고 있다”며 “이 구조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AI 도입은 또 하나의 시스템 추가에 불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능한 정부는 헌신이 아닌 시스템으로 일해야”
공노총은 성명에서 “유능한 정부란 공무원의 헌신과 야근에 의존하는 정부가 아니라, 유능한 시스템으로 일하는 정부”라고 강조했다. 개인의 책임감과 희생에 기대는 행정 방식에서 벗어나,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 중심 행정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특히 AI 시대에 걸맞은 제도 설계가 필요하며, 그 중심에는 반드시 행정 현장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장에서 활용되지 않는 기술과 제도는 행정 효율을 높이기는커녕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공노총의 3대 요구…“업무 경감이 목표여야”
공노총은 성명을 통해 정부와 이재명 정부에 세 가지를 공식 요구했다.
우선, AI 행정의 목표를 ‘도입 실적’이 아닌 ‘현장 업무 경감’으로 재설정하라고 촉구했다. AI는 공무원을 평가하거나 통제하는 수단이 아니라, 반복 업무를 줄이고 정책 판단과 현장 대응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행정 파트너’가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둘째로는 실무 중심의 AI 행정 시스템 구축을 요구했다. 법령·예규·질의회신을 즉각적으로 종합·해석하는 대화형 행정 지원 시스템, 공공데이터와 행정 기록을 연계한 실무 완결형 문서 작성 지원 체계 등 공무원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 영역부터 우선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셋째로, AI 행정 혁신의 설계 단계부터 공무원 노동조합을 정책 동반자로 참여시킬 것을 요구했다. 공노총은 “행정 현장을 가장 잘 아는 주체는 현장에서 일하는 공무원이며, 그 목소리를 집약해 전달할 수 있는 조직이 바로 공무원 노동조합”이라고 강조했다.
“AI는 감시 도구 아닌, 행정 실효성 높이는 수단”
공노총은 성명 말미에서 “정부의 AI 정책이 공무원을 감시하는 도구가 아니라, 행정의 실효성을 높이고 공무원의 노동 가치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설계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노총은 ‘유능한 정부’, ‘일하는 정부’라는 국정 철학에 걸맞게 AI 행정 혁신이 추진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행정을 위한 행정이 아닌, 문제 해결을 위한 행정으로 나아가는 길에 공노총은 책임 있는 정책 파트너로 함께할 것”이라며, 향후 정부와의 실질적인 협의와 소통을 거듭 요구했다.
공노총의 이번 성명은 AI 행정이 기술 도입 경쟁을 넘어 현장 중심의 행정 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한 중요한 시험대가 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