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데일리 한종갑 기자] “환경 행정의 출발점은 효율이 아니라 국민의 일상이다. 굴뚝에 오르는 사람이 아니라, 데이터를 다루는 시스템이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시대가 되어야 한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박홍배 의원(더불어민주당)은 29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기후에너지환경부 국정감사에서 “대기오염 측정을 위해 사람이 굴뚝에 직접 올라 목숨을 걸어야 하는 제도를 언제까지 둘 것이냐”며 “이제는 행정 편의가 아니라 국민 생명을 지키는 과학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박홍배 의원은 2년 전 유튜브 채널 워크맨에서 촬영된 ‘대기오염 측정 체험 영상’을 인용하며 “영상 속 위험한 장면은 오늘날 한국의 대기오염 관리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8월 환경공단 직원이 측정 장비를 옮기다 드론에 맞아 숨진 사고가 있었다”며 “환경공단 내부 자료에 따르면 ‘낙하·추락 위험이 상존하고 크레인 접근조차 어려운 현장이 다수 존재한다’고 되어 있다. 이는 안전을 담보할 수 없는 방식이 제도화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현재 굴뚝 자동측정기기(TMS)가 설치된 사업장은 전국 965곳으로, 전체 대기오염물질 배출 사업장 6만9054곳 중 1.6%에 불과하다”며 “대부분 여전히 사람이 직접 올라가는 자가측정 방식에 의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2018년 감사원 감사 결과 자가측정 조작 및 허위 결과서 발급 사례가 1만2800건 이상 적발됐다”며 “측정값을 임의 조작하거나 측정 없이 결과서를 발급한 경우도 있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한 “국립환경과학원이 여수 지역에서 레이저와 광학 장비를 활용한 ‘스마트 원격감시체계’를 실증 중인데, 이를 통해 측정 횟수를 절반 이하로 줄이고 실시간으로 오염 정보를 전송할 수 있다”며 “EU와 미국은 이미 위성·드론·광학센서 기반의 차세대 원격감시망을 운영하고 있다. 기술은 준비됐는데 제도만 멈춰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기환경보전법을 개정해 원격 감시형 측정기술을 제도적으로 인정하고, 스마트 감시체계 도입 로드맵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생활환경 행정 공백 우려 지적

박 의원은 이어 “환경부 조직 개편으로 ‘생활환경과’가 폐지되면서 소음·진동·빛공해·실내공기질·라돈 등 국민 일상과 밀접한 환경 민원을 총괄할 창구가 사라졌다”며 “환경 행정의 중심이 산업·기후로 쏠리면서 생활환경이 사각지대로 밀려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해외는 일본의 생활환경국, EU의 환경건강국처럼 일상 환경 리스크를 통합 관리한다”며 “우리도 생활환경 관리체계를 복원하거나 전담조직을 신설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환경행정을 복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의원님의 지적에 전적으로 공감한다”며 “생활환경과의 기능은 환경정책과 및 환경보건정책과로 이관되어 사라진 것은 아니며, 제도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관리하겠다”고 답했다.

또 “스마트 감시체계 도입과 관련해 시범사업과 제도개선 로드맵을 검토해 국회에 보고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