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데일리 조남준 기자] 국내 철강업계가 유럽연합(EU)의 철강 수입쿼터 감축 및 관세 인상 방침으로 직격탄을 맞을 위기에 처했다. 공급과잉으로 이미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EU의 조치가 현실화될 경우 국내 철강 생태계가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이재관 의원(더불어민주당·천안을)은 25일 국정감사에서 “EU의 철강 수입쿼터 초안이 그대로 적용될 경우 우리 기업들이 납부해야 할 관세가 약 8,754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부는 모든 통상 역량을 동원해 총력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 EU, 철강 수입쿼터 47% 감축·관세 50% 인상

EU는 지난 7일 발표한 철강 수입쿼터(TRQ) 초안에서 총량을 3,053만 톤에서 1,830만 톤으로 47% 감축하고, 초과물량에 대한 관세를 25%에서 50%로 두 배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이재관 의원실이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철강업계는 EU에 381만 5,000톤을 수출했으며, 이 중 국가 쿼터(263만 6,000톤)와 글로벌 쿼터(117만 9,000톤)을 활용해 전량 무관세로 수출했다.

하지만 EU가 모든 국가의 쿼터를 일률적으로 47% 감축할 경우, 한국의 할당량은 263만 6,000톤에서 139만 7,000톤으로 줄어든다. 지난해와 유사한 글로벌 쿼터를 감안하더라도 약 123만 9,000톤이 관세 적용 대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우리 철강기업들이 부담해야 할 관세는 8,754억 원, 이는 국내 철강 상위 10개사 영업이익(2조 9,300억 원)의 약 30%에 달하는 수준이다.

■ 공급과잉·가격하락 이중고 속 EU 제재 ‘엎친 데 덮친 격’

전 세계 철강 공급 과잉과 가격 하락으로 업계가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EU의 강도 높은 수입 제한이 추가되면 국내 철강사들의 수출길이 막히는 것은 물론, 산업 생태계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쿼터 감축으로 수출량이 감소하면 국내 공급 물량이 시장에 쏟아져 가격 경쟁 심화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 의원은 “관세 부과로 인한 직격탄뿐 아니라, 수출 감소로 인한 구조적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정부 “통상 방어 강화·고도화 방안 마련 중”

산업통상자원부는 EU와의 공식·비공식 협의를 강화하고, 10월 중 ‘철강산업 고도화 방안’을 마련해 불공정 수입 대응 등 통상 방어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다만, EU는 아직 국가별 철강 쿼터 물량을 확정하지 않았으며, 무역 상대국과의 개별 협상을 통해 최종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향후 정부의 협상 전략이 업계 피해 규모를 좌우할 전망이다.

■ “정부, 총력 통상 외교로 기업 피해 최소화해야”

이재관 의원은 “공급과잉으로 업계가 벼랑 끝에 몰린 상황에서 EU의 관세 인상까지 현실화된다면 국내 철강 산업 생태계가 무너질 수 있다”며 “정부는 FTA 파트너로서 모든 통상 역량을 동원한 전략적 협상에 즉시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이어 “EU와의 협상뿐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 다변화와 국내 경쟁력 제고를 병행해 산업 구조 전반의 체질 개선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