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데일리 조남준 기자] 미국 정부가 우리나라의 원전 수출 과정 전반에 걸쳐 자국 기업인 웨스팅하우스를 노골적으로 지원하며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체코 원전 수주전에서 비롯된 미국의 편파적 개입이 사우디아라비아 원전 사업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조국혁신당 서왕진 의원(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은 13일 산업통상자원부 국정감사에서 “체코 원전 수주 과정에서 드러난 미국 정부의 개입 정황이 사우디 원전 수출에도 반복되고 있다”며 “미 정부의 노골적인 편들기가 지속된다면 우리 원전 수출은 껍데기뿐인 성과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서 의원에 따르면, 2024년 8월 미국 에너지부는 한국형 원전(APR-1400)에 웨스팅하우스 기술이 포함되어 있다는 판정을 내렸다. 이는 한수원이 체코 원전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직후, 웨스팅하우스가 체코 반독점사무소에 제기한 진정과 맞물려 있었다.
한수원 관계자는 “법적 강제성은 없지만, 한미 간 관계를 고려할 때 사실상 압력으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이후 한수원은 웨스팅하우스와 협상을 진행했고, 결국 올해 1월 ‘영구 노예계약’이라 불리는 비밀협정 체결로 이어졌다.
문제는 이같은 상황이 사우디 원전 수출 과정에서도 재현되고 있다는 점이다. 서 의원은 “사우디 원전 입찰을 앞두고 미국이 한국형 원전 대신 웨스팅하우스의 AP-1000 모델로 노형을 변경해 공동 수주할 것을 요구했다는 제보가 있다”며 “심지어 한미정상회담까지 언급하며 압박이 가해졌다는 정황도 포착됐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개입은 체코 원전 수주 과정에서도 이어졌다.
미국은 ▲2023년 한수원의 입찰 신고 반려 ▲2024년 웨스팅하우스 기술 포함 판정 ▲2025년 한·미 원자력 수출·협력 MOU 체결 등을 통해 사실상 자국 기업의 이익을 뒷받침했다. 결국 한수원은 CEZ(체코전력공사)와의 본계약을 체결하기 전, 웨스팅하우스와 불평등한 비밀협정을 맺을 수밖에 없었다.
서 의원은 “윤석열 정부가 원전 수출 성과에만 급급해 경제주권과 통상주권을 포기했다”며 “미국 정부의 노골적인 개입을 용인한 결과가 바로 이번 WEC 비밀협정”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불공정 계약과 불평등 협정이 지속된다면 원전 수출의 성과는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할 것”이라며 “공기업과 국민이 떠안을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그는 “산업부 자체 조사가 아닌 감사원 등 외부기관의 철저한 감사가 필요하다”며 “차기 정부는 불평등 협정 개정과 원전 수출 정책 전반에 대한 재점검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