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실련 공동취재단]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과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 이후 치러지는 2025년 6월 조기 대선은, 단순한 정권 교체를 넘어 경제 질서의 개혁을 요구받는 선거다.

그러나 주요 대선 후보 4인의 경제 공약을 비교 분석한 결과, 성장 중심 기조만 반복될 뿐, 불평등 해소와 재벌 중심 경제 구조에 대한 근본적 개혁 의지는 찾아보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공약검증단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된 각 후보의 10대 공약을 토대로 경제 분야 핵심 공약을 분석했다. 분석 대상은 성장 전략, 산업 정책, 조세 개편, 규제 혁신, 복지 및 재정 운용 등이다.

후보별 공약 분석

이재명 후보(더불어민주당)는 AI·벤처·문화산업 등 미래 성장 동력 육성에 방점을 두고 있다.
데이터센터, AI 클러스터 조성 등 첨단 인프라 구축 공약이 포함돼 있지만, 세부 설계와 실행 전략은 공약집 미제출로 확인이 어렵다. 재벌 개혁이나 경제 권력 분산에 관한 정책은 ‘주주충실의무 도입’ 등 일부 제안에 그친다.

김문수 후보(국민의힘)는 ‘자유 주도 성장’,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핵심 기조로 내세운다. 규제 철폐, 세금 감면, AI 인재 20만 양성 등 구체적 친기업 정책이 특징이다. 그러나 재벌 개혁이나 불평등 해소 등 구조적 개혁 과제는 공약에서 배제됐다. AI 인프라의 에너지원으로 원자력(SMR)을 강조하며 재생에너지와의 연계가 부족하다는 점도 지적된다.

이준석 후보(개혁신당)는 ‘규제기준국가제’, ‘리쇼어링 유도’ 등 일부 제도 개선 공약을 제시했으나, 조세·복지·재벌 개혁 등 경제 구조 전반에 대한 입장은 거의 비어 있다. 과학기술 중심 공약도 산업 정책과의 연계가 미흡해 실효성이 낮다는 평가다.

권영국 후보(진보정의당)는 조세 재분배를 통해 불평등 해소에 주력했다. 소득세·법인세 강화, 부유세·디지털세·탄소세 도입 등 증세를 통한 복지 확대를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산업전략이나 재벌 개혁, 기술혁신 분야의 공약은 거의 없어 성장 전략 측면에선 한계가 뚜렷하다.

“경제개혁 없는 경제공약”이라는 공통된 한계

경실련은 네 후보 모두 ‘성장’은 강조하지만 ‘경제 개혁’은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로 지적돼 온 재벌체제 개혁과 경제 권력 분산 문제에 대해 공통적으로 침묵하고 있다는 점을 가장 큰 한계로 꼽았다.

경실련 공약검증단 관계자는 “대통령 탄핵이라는 비상사태 이후 처음 치러지는 대선임에도, 후보들이 구조개혁 없이 기존 성장 프레임만 반복하고 있다”며 “경제 권력 개편 없는 공약은 공정과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번 경제 분야 분석은 경실련 상집위원인 박상인 서울대 교수, 재벌개혁위원장 조연성 덕성여대 교수, 정보통신위원장 김경엽 한국공학대 교수가 담당했다. 경실련은 이후 복지, 노동, 재벌개혁 등 분야별 추가 평가를 이어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