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데일리 조남준 기자] 고령층 노동자의 모습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 저학력·농업 종사자 중심이던 고령 노동 인구는 이제 고학력·고숙련 기반의 전문직 종사자로 변모하고 있다. 국회미래연구원은 기존 ‘취약계층으로서의 노인’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고령층을 산업과 사회의 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회미래연구원(원장 김기식)은 31일 발간한 '국가미래전략 Insight'시리즈에서 “고령층의 세대 교체, 다른 노인이 온다”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고령층 내 세대 간 학력·산업 구조 변화에 주목했다. 보고서는 고령 인구를 획일적인 복지 대상이 아닌, 노동시장에서 역할할 수 있는 주체로 바라봐야 한다고 제안했다.
“같은 나이지만 다른 고령자”… 노동시장 세대 효과 분석
보고서는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1981~2025년)를 분석한 결과, 청년기에 어떤 산업과 교육 구조 속에 진입했는지가 노년기의 노동 형태를 결정짓는 ‘세대 효과’를 만든다고 진단했다.
1981년 청년층(15~29세)의 절반 이상은 농림어업에 종사했으며, 중졸 이하 학력이 60%를 넘었다. 그러나 1991년부터는 제조업과 서비스업 중심으로 산업이 재편되고, 고졸 이상 학력자 비율이 절반을 넘어서며 고령층 내 세대 차이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후 2001년과 2011년에는 전문대 이상 학력자 비중이 크게 증가하고, 사회복지·공공서비스업 등 새로운 3차 산업 진출이 확대됐다.
특히 여성의 경우 전문대 이상 학력자 비율이 1991년 13.5%에서 2011년 51.9%로 급증했고, 남성도 같은 기간 19.1%에서 43.7%로 증가했다. 이는 향후 고령층 노동자가 단순노무직이 아닌 고숙련 전문직에 더 적합한 구조로 변화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2040년 고숙련 노인 173만 명… 지금 정책으론 미스매치 우려”
보고서는 이러한 변화가 2040년까지 이어질 경우, 단순 공공일자리 중심의 현재 고령자 고용 정책은 구조적 미스매치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고도의 전문직 수행이 가능한 고령 인력이 2040년까지 최소 173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과거 구조의 잔재가 남아 있다. 70세 이상 고령자 중 임금근로자의 68.2%(남성), 78.7%(여성)가 단순노무직에 종사하고 있으며, 농림어업 종사자 비율도 전체 고령 경제활동인구의 약 30%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1980년대 초반 농업·저학력 기반의 노동시장에 진입한 세대의 특성이 현재까지 누적된 결과로 분석된다.
“고령층은 보호 아닌 자산… 노동시장 설계 새로 짜야”
국회미래연구원은 고령층을 위한 노동정책의 방향 전환을 촉구했다. 단순한 생계 지원 중심에서 벗어나, 학력과 산업경험, 경력을 반영한 적극적인 노동시장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경력과 숙련을 산업·지역사회에 연결하는 맞춤형 일자리 설계, ▲고령 인력과 기업을 연계하는 데이터 기반 매칭 시스템 구축, ▲직무 전환과 재교육을 포함한 중장기 전략 수립 등을 제안했다.
정혜윤 부연구위원은 “고령층은 더 이상 획일적인 복지 대상이 아니라, 생애 경력과 학력을 기반으로 한 노동시장 주체로 재정의돼야 한다”며 “고령층의 경험과 숙련을 보호가 아닌 활용의 대상으로 보는 정책적 전환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