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데일리 한종갑 기자] 우리나라의 성별 임금격차가 OECD 가입 이후 29년째 1위를 기록하며 오히려 확대되는 가운데, 단순 평균임금 공개에 그치는 현행 제도를 넘어 ‘직무·직급·고용형태별 임금 공시’를 의무화하는 성평등임금공시제 법제화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국회에서 제기됐다.
5일(금) 국회의원회관 제4간담회의실에서 국회노동포럼(대표의원 이학영)이 ‘성평등임금공시제 도입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열고, 성별 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공시제도 개선 방향을 논의했다.
발제를 맡은 김희양 ㈔여성노동법률지원센터 대표(공인노무사)는 “이제는 ‘무늬만 공시’를 끝내고 증거 기반의 성평등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현행 제도의 한계를 지적했다.
■ 성별 임금격차 30.7%… OECD 29년 연속 1위
성평등가족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남성의 1인당 평균임금은 9천780만원, 여성은 6천773만원으로 30.7% 격차를 보였다. 이는 전년 대비 4.4%p 증가한 수치다. 저임금 노동자 중 여성 비율은 70%에 달해 임금 격차의 구조적 문제가 여전히 심각한 수준임을 보여준다.
■ ‘성별근로공시제’ 있으나 실효성 낮아… “직무·직급 공시로 전환해야”
정부가 2023년부터 성별근로공시제를 운영 중이지만, 성비와 평균임금만 공개하는 방식이라 임금격차의 원인과 구조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김 대표는 “어떤 정보를,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의무적으로 공개할 것인지 ‘질적 고도화’가 필요하다”며 직종(직무)·직급·근속연수·고용형태별 분리 공시 의무화(법률에 명시), 상장사→일반 기업→중소기업 순으로 대상 단계적 확대, 격차 기준 미달 기업의 개선계획 제출 의무화 ,기업의 설명 책임 및 입증 책임 강화, 차별 시정을 위한 절차적 권리 확대 등을 제안했다.
해외 사례로는 캐나다의 전 과정 공시(채용·승진·퇴직 등), EU의 매년 임금정보 보고 의무 및 시정명령 제도를 소개하며 한국도 유사한 수준의 공시체계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전문가들 “공공·민간 동시 개선… 공시 시스템 통합 필요”
김난주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공공부문 공시 개선을 위해 ▲지방공사·공단을 공시 대상에 포함 ▲금융감독원 DART·알리오·클린아이 간 통합 공시 시스템 구축 ▲공공기관의 직종·직급·성별 임금 조사 강화를 제안했다.
현장 노동자들의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오희정 민주노총 사무금융노조 부위원장은 “사무·금융 업종은 여성 비율이 매우 높지만 구조적 성차별이 뿌리 깊다”며 임금 분석을 통한 원인 규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현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든든한콜센터지부장은 “금융권 콜센터 상담사 임금은 정규직의 30% 수준”이라며 “성평등임금공시제가 직군 가치 회복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신장식 의원 “성평등한 노동환경은 민주주의의 문제”
토론회를 공동주최한 신장식 의원은 “성평등한 노동환경을 만드는 일은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서도 중요하다”며 “성평등임금공시제를 통해 한국이 사회권 선진국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제22대 국회에서는 신 의원 등을 중심으로 관련 개정법률안이 발의된 상태로, 향후 국회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