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데일리 조남준 기자] 정부의 해상풍력 확대 정책이 정작 전용 선박 확보 부재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조선 강국인 한국이 해상풍력 설치선(WTIV) 2척만을 보유하고, 유지보수 지원선(SOV)은 단 한 척도 없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오세희 의원(더불어민주당, 전국소상공인위원장)은 25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전용 선박이 없이는 해상풍력 14GW 목표는 공허한 숫자에 불과하다”며 정부의 해상풍력 추진 실태를 강하게 질타했다.

해상풍력은 육상과 달리 바다 한가운데 대형 터빈을 설치하고 장기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전용 선박이 필수적이다. 대표적으로 ▲터빈 설치를 위한 WTIV(설치선) ▲운용·정비용 SOV(지원선) ▲인력·자재 수송용 CTV(작업선)이 필요하다. 이 선박들이 없으면 터빈을 세우거나 점검할 수 없어 발전설비 확대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한국은 세계 2위 조선 강국임에도 불구하고 해상풍력 관련 선박 보유량이 턱없이 부족하다. 영국 클락슨리서치(Clarksons Research) 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기준 우리나라는 전 세계 조선 수주량의 25.1%를 차지했지만, 해상풍력 인프라 수준은 선진국에 한참 못 미친다.

오세희 의원은 “대형 조선소 중심의 정책이 중소·중형 조선소의 생존 기반을 무너뜨리고 있다”며 “중소조선소들은 선수금환급보증(RG) 미발급과 일감 부족으로 고사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상풍력 전용선은 대형 조선소보다 중소·중형 조선소가 주력할 수 있는 분야지만, 정부가 추진 중인 관련 사업은 ‘한국형 CTV 모델 개발사업(80억 원)’ 단 한 건뿐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자료에 따르면, 현재 인허가가 완료된 90개 해상풍력 단지에서만 향후 CTV 100척 이상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이를 통해 약 8,000억 원의 경제효과와 2,000명 이상의 신규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고 분석하지만, 로드맵 부재로 중소조선소의 재도약 기회가 사라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반면 일본은 해상풍력 전용 선박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지정했다. 일본 국토교통성과 경제산업성은 공동으로 '선박 조달 및 운용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고, 2040년까지 200척 확보를 목표로 조선·부품·운영 산업 간 연계 성장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은 '해상풍력특별법'이 제정됐음에도 전용 선박 인프라가 미비해 실질적인 발전 확대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오세희 의원은 “해상풍력 전용선 확보는 재생에너지 전환과 조선산업, 지역 일자리의 핵심 기반”이라며 “외국산 선박에 의존하지 않기 위해서는 정부가 범부처 합동 TF 구성과 국내 건조 로드맵 마련에 즉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해상풍력 전용선 수요·공급 전수조사, 산업부·해수부·국토부의 공동 대응, 중소조선소 지원 강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