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데일리 조남준 기자] 유해화학물질 노출로 근로자에게 백혈병 등 혈액암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난 한국니토옵티칼 평택공장이 산업재해 사실을 부인하며 안전조치 의무를 소홀히 한 정황이 확인됐다. 고용노동부는 해당 사업장에서 다수의 안전보건 위반 사항을 적발하고 보건안전진단 명령을 내렸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김주영 의원(더불어민주당·김포시갑)이 13일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한국니토옵티칼 보건진단명령서>에 따르면, 노동부는 화학물질 취급사업장 실태조사 결과 국소배기장치 미설치 등 10건의 법 위반 사항을 적발했다.

한국니토옵티칼은 LCD 편광필름을 생산하는 업체로, 2022년 화재로 폐업한 구미 한국옵티칼하이테크와 함께 일본 닛토덴코를 모기업으로 둔 ‘쌍둥이 자회사’다.

문제의 발단은 올해 4월, 평택공장에서 근무하던 A씨가 반도체 노동자 인권단체 ‘반올림’의 도움으로 근로복지공단에 백혈병 산재를 신청하면서 시작됐다.
A씨는 지난해 11월 건강검진에서 이상 소견을 받아 병원 진료를 받은 뒤, 올해 1월 ‘만성 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공단 조사 결과 2015~2019년 사이 포름알데히드 등 발암물질이 반복적으로 노출된 사실이 확인됐고, 업무 관련성이 인정돼 7월 30일 산재 승인을 받았다.

하지만 한국니토옵티칼은 근로복지공단에 제출한 보험가입자 의견서에서 “작업장 내 환기장치가 설치돼 있고 포름알데히드에 직접 노출되지 않는다”며 재해 사실을 부인했다. 그러나 중부지방고용노동청 평택지청의 조사 결과, 용해공정 작업장에 국소배기장치가 설치돼 있지 않은 등 회사의 주장이 사실과 달랐던 것으로 드러났다.

평택지청은 “다수의 위험요인과 보건조치 위반이 적발됐고, 개선에 2개월 이상 소요될 것으로 판단된다”며 지난 9월 10일 보건안전진단 명령을 내렸다. 회사는 산업안전보건법 제47조에 따라 11월 3일까지 진단 결과를 보고해야 하지만, 현재까지 제출하지 않은 상태로 확인됐다.

A씨 외에도 같은 사업장에서 백혈병 2명, 림프종 1명 등 총 3명의 혈액암 피해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나머지 피해자들은 회사와의 관계 악화를 우려해 산재 신청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이종란 반올림 노무사는 “A씨가 산재 인정을 받았음에도 회사는 사과나 보상 계획을 내놓지 않았다”며 “다른 피해자들도 보복이나 불이익을 우려해 침묵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 산재보상 제도는 피해자의 신청이 없으면 조사조차 진행되지 않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며 “독일처럼 의료인의 직권신청 제도를 도입해 산재 은폐를 방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국니토옵티칼은 지난 10년간 산업안전 감독에서 ‘유해물질 정보 미게시’, ‘관리감독자 직무 미이행’, ‘공정안전보고서 미준수’ 등 8건의 시정조치를 받은 바 있다.

김주영 의원은 “회사의 안전조치 미흡으로 직업성 암 피해가 발생했음에도 대표이사는 산재 사실을 부정하고 침묵하고 있다”며 “한국니토옵티칼의 이배원 대표가 일본 본사의 한국거점장인 만큼, 이번 국정감사에서 본사와의 소통 및 재발 방지 대책을 명확히 따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