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데일리 한종갑 기자] 국내 원자력발전소에서 협력업체 근로자의 방사선 피폭량이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정규직 직원보다 최대 27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원전 현장의 고위험 작업이 외주화되는 구조적 문제가 여전히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오세희 의원(더불어민주당·전국소상공인위원장)이 10일 한수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원전별 방사선 작업 종사자 평균 피폭량’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0년부터 2025년 8월까지 협력사 근로자의 평균 피폭량은 정규직 직원보다 최소 4배에서 최대 27배에 달했다.

구체적으로는 ▲한빛본부 27배(2020년), ▲고리·새울본부 15.8배(2023년), ▲한울본부 9.7배(2025년), ▲월성본부 6배(2025년) 등 모든 원전 사업장에서 뚜렷한 격차가 확인됐다.

한수원 측은 “협력사 근로자는 실제 정비 및 방사선 환경 내 작업을 담당하기 때문에 피폭량이 높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며 “연간 50mSv, 5년간 100mSv 이하의 법적 기준을 준수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법적 기준을 지킨다고 해서 근로자의 건강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국제암연구소(IARC) 등 글로벌 연구기관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법적 기준 이하의 저선량 방사선 노출이라도 장기간 반복될 경우 암 발생 위험이 유의하게 높아진다.

시민사회와 노동계는 그간 한수원의 하청 구조가 근로자의 건강권을 침해한다고 비판해왔으며, ‘위험의 외주화’를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제도적 대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오세희 의원은 “공기업 현장 내에서도 원전 위험이 하청 구조로 전가되고 있는 명백한 증거”라며 “법적 기준만 내세울 것이 아니라 협력사 근로자에 대한 특별 건강관리와 위험수당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위험 작업 분담을 재조정해 근로자의 건강권을 보장할 수 있는 구조적 대책을 즉각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