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데일리 조남준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등 32개 공공기관이 기관명을 영어 약칭으로만 표기해 국어기본법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립국어원이 지난해 직접 지적했지만, 다수 기관은 이 사실조차 몰라 개선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 임오경 의원(경기 광명갑)은 9일 국립국어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공개하며 공공기관의 국어기본법 위반 실태와 국어원의 평가 방식 개선 필요성을 지적했다.

국립국어원은 2024년 118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공공언어 쓰기 평가’를 실시한 결과, 32개 기관이 기관명을 영어로만 표기해 지적을 받았다. 국어기본법은 공문서와 보도자료 등에서 기관명을 한국어로 쓰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영어 표기를 병기할 경우에도 반드시 한국어와 함께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등은 알파벳 약칭만 사용해 법 위반 지적을 받았다.

문제는 지적 이후에도 개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국립국어원이 평가 결과를 문화체육관광부 누리집에만 공개하고 해당 기관에 직접 통보하지 않아, 한국농수산유통공사 등 23개 기관은 자신들이 지적 대상임조차 알지 못했다.

인지하고도 적절히 대응하지 않은 사례도 있었다. 한국광해광업공단은 영어 표기인 ‘KOMIR’를 그대로 한글로 옮긴 ‘코미르’를 쓰겠다고 답변했는데, 이는 이미 존재하는 국문 명칭 ‘한국광해광업공단’을 사실상 외국어 표기로 대체한 셈이다.

임오경 의원은 “평가 대상 기관이 지적 사실조차 모르는 것은 제도적 허점”이라며 “국립국어원의 공공기관 평가 체계를 개선하고, 공공기관도 국어문화 보존에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