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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스데일리 한종갑 기자] 6G 시대를 대비한 광통신 기술의 대전환이 시작됐다. 유럽연합(EU)의 지원을 받는 ‘FLEX-SCALE’ 프로젝트가 초고속, 초저전력 성능을 갖춘 차세대 광 네트워크 기술을 공개하며 6G 인프라 혁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향후 통신 인프라의 급격한 데이터 수요를 감당하면서도 에너지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기술 개발에 중점을 두고 있다.

2023년 1월부터 2025년 12월까지 진행 중인 FLEX-SCALE은 EU의 HORIZON-SNS-JU-2022 프로그램에 따라 약 800만 유로(한화 약 117억 원)의 자금이 투입된 대규모 연구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는 유럽 전역의 산업 및 학계가 참여하는 협력 체제로 운영되며, 차세대 6G 통신망의 근간이 될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FLEX-SCALE의 핵심은 ‘광학 x-haul 네트워크 기술’을 혁신하는 데 있다. 그리스 파트라스 대학의 Ioannis Tomkos 교수는 “FLEX-SCALE은 광학 스위칭 노드와 트랜시버 인터페이스를 위한 파괴적인 연구를 통해, 링크당 10Tb/s, 노드당 최대 10Pb/s의 처리량을 가능하게 하는 유연한 용량 확장을 실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력 소비 100분의 1로… 초고대역 기술 접목

FLEX-SCALE 프로젝트는 초고대역 포토닉 및 플라즈몬 기술, 공간 및 스펙트럼 다중화(SDM/UWB) 기술을 결합해 단순한 속도 향상을 넘어 네트워크 에너지 효율을 크게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목표는 기존 기술보다 100배 이상 에너지 효율적인 ‘비트당 1피코줄(pJ)’ 이하의 소비 전력을 달성하는 것이다.

Tomkos 교수는 “현재 네트워크는 대부분 전자식 처리에 의존하며 막대한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다”며, “FLEX-SCALE은 이 시스템을 광학 기술로 대체하거나 최소화하여 에너지와 비용을 동시에 절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특히 2030년까지 ICT 산업이 세계 전력 소비의 최대 20%를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 속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지속 가능한 통신망 구축이 세계적인 과제가 된 가운데, FLEX-SCALE은 그 해결책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통신 인프라 전체를 재설계하는 ‘MG-ON’

FLEX-SCALE이 개발 중인 핵심 아키텍처는 ‘MG-ON(Multi-Granular Optical Node)’이다. 이 장치는 초광대역 스펙트럼과 공간 다중화를 동시에 지원하며, WBSS(Wave-Band Selective Switch) 를 통해 방대한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

또한, 플라즈몬 기반의 광학 디지털-아날로그 컨버터(oDAC)를 개발해, 고성능 네트워킹을 위한 새로운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 이는 기존의 복잡하고 전력 소모가 많은 전자 처리 장치를 보다 간결하고 효율적인 광학 시스템으로 대체하려는 시도다.

유럽의 기술 주도권 강화

FLEX-SCALE 프로젝트는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 유럽이 글로벌 6G 경쟁에서 전략적 주도권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Tomkos 교수는 “우리는 기초 연구부터 상용화까지, 통신 가치사슬 전반을 아우르는 전문 지식을 갖췄다”며, “이 프로젝트는 유럽의 통신 기술 리더십을 한층 강화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실제로 FLEX-SCALE은 최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ECOC 2024에서 주요 기술 성과를 공개하며 국제적 주목을 받았다. 특히 S-C-L-B 전 스펙트럼 대역에서 140GBd로 작동하는 전송 시스템을 구현함으로써 초고대역 통신 기술의 현실 가능성을 입증했다.

6G 상용화를 향한 가속 페달

FLEX-SCALE이 개발하는 기술은 오는 2025년 말 최종 시연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르면 10년 내 상용 통신 인프라에 적용될 전망이다. 초고속 데이터 전송, 초저지연, 높은 신뢰성을 요구하는 미래의 애플리케이션—예컨대 자율주행, 산업 자동화, 메타버스 환경—의 핵심 기술로 자리잡을 것으로 기대된다.

Tomkos 교수는 “FLEX-SCALE은 단지 빠른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라며, “미래 디지털 사회에 지속 가능하고 에너지 효율적인 인프라를 제공하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