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데일리 조남준 기자] 확정되지 않은 형사사건의 판결서도 국민이 열람·복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재판 과정에 대한 정보 접근성을 대폭 확대해 사법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화하는 한편, 국제 공조 기반의 사이버범죄 대응 체계도 함께 보완됐다는 평가다.

국회는 12일 본회의를 열고 법제사법위원회 대안으로 제출된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원안가결했다. 이번 개정안은 헌법 제109조가 규정한 ‘재판 공개 원칙’을 보다 실질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기존에 확정 판결로 한정돼 있던 판결서 열람·복사 범위를 미확정 형사사건까지 확대하는 것이 핵심이다.

현행 제도에서는 판결이 확정된 사건의 판결서만 공개 대상이었고, 특히 2013년 이전에 확정된 판결서의 경우 열람·복사 대상에서 제외돼 국민의 알 권리가 충분히 보장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이로 인해 재판 과정에 대한 외부 검증이 제한되고, 사법 신뢰 저하로 이어진다는 비판도 뒤따랐다.

개정안은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미확정 판결서도 원칙적으로 열람·복사가 가능하도록 명시하고, 사법정보 접근권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도록 했다. 다만, 제도 시행을 위한 전산화·인력·예산 확보 등을 고려해 법 공포 후 2년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하도록 부칙에 유예기간을 두었다.

아울러 개정안에는 디지털 성범죄를 포함한 사이버범죄 대응 강화를 위한 내용도 함께 담겼다. 텔레그램 등 해외 정보통신서비스를 매개로 이뤄지는 범죄가 늘고 있지만, 국제 공조 미흡으로 전자증거 확보에 어려움이 크다는 지적에 따라 수사 단계에서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전자증거 보전을 요청할 수 있는 ‘보전요청제도’를 새롭게 도입했다.

이 제도는 국제 사회에서 사이버범죄 수사를 위한 핵심 기준으로 꼽히는 「사이버 범죄 협약(부다페스트 협약)」 가입 요건을 충족하기 위한 조치로도 해석된다. 전자증거의 신속한 보전이 가능해지면서, 사이버범죄 수사의 실효성과 피해자 보호 수준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이번 개정안에 대해 “국민의 알 권리와 사법 통제 기능을 실질적으로 확대하는 동시에,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사이버범죄 대응 체계를 구축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