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데일리 조남준 기자] 독립운동가 조봉암은 서훈에서 배제되고, 제주4·3 강경진압 책임자인 박진경 대령은 유공자로 지정된 현행 상훈·유공자 제도의 불합리함을 바로잡기 위한 입법이 추진된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훈 심사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강화하고, 5·18 민주화운동에 기여한 외국인 공헌자에게 합당한 예우를 부여하기 위한 법 개정에 나섰다.
박찬대 의원(인천 연수갑, 국회 정무위원회)은 12일 상훈법, 「5·18민주유공자예우 및 단체설립에 관한 법률」(5·18유공자법), 「5·18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 등에 관한 법률」(5·18보상법) 등 3건의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밝혔다.
■ “조봉암 미서훈·박진경 유공자 지정”… 불투명한 서훈 심사체계 문제로 지적
상훈법 개정안은 서훈공적심사위원회 설치를 골자로 한다. 이 위원회는 서훈 추천의 적정성 검토, 공적 심사, 서훈 취소 사유 심의 등을 담당하며, 심사기준 및 회의록 공개를 의무화해 심사의 투명성과 정당성을 높이도록 설계됐다.
박 의원은 “서훈 심사의 비공개 관행이 공정성을 저해하고 있다”며 그 대표적 사례로 조봉암 선생 미서훈 문제를 지적했다.
조봉암 선생은 항일 독립운동가로 활동했으나, 1959년 이승만 정권의 조작 간첩 사건으로 사형됐다가 2011년 재심에서 무죄가 확정된 인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백한 공적에도 서훈이 번번이 좌절되고 있으며, 그 과정은 비공개로 진행돼 부당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반면, 최근 국가보훈부가 제주4·3 강경진압 지휘자 박진경 대령을 국가유공자로 지정한 사례는 심사 과정의 구조적 문제를 여실히 드러냈다.
박진경 대령은 4·3 당시 제11연대장으로 대규모 진압·연행 작전을 지휘한 인물로, 역사적 논란이 뚜렷함에도 무공훈장 수훈 이력을 근거로 유공자 지위가 부여되면서 사회적 반발을 낳았다.
박 의원은 “조봉암 선생처럼 공적이 분명한 인물이 배제되고, 역사적 사실과 충돌하는 서훈이 유지되는 것은 제도적 오류”라며 “심사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잘못된 서훈은 취소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5·18 민주화운동 기여 외국인, 국가 예우 가능해진다
박찬대 의원은 또한 5·18유공자법 및 5·18보상법 개정안을 통해 외국인 공헌자를 유공자로 인정할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현재 법률은 국적 요건 때문에 외국인을 유공자로 인정할 수 없어, 5·18 민주화운동의 실상을 세계에 알린 독일의 위르겐 힌츠페터 기자, 미국의 찰스 헌틀리 선교사와 같은 인물이 국립 5·18민주묘지 안장 등 정당한 예우를 받을 수 없다.
개정안은 민주화운동에 기여한 외국인을 공헌자·유공자로 인정할 수 있는 근거 신설, 국가 차원의 예우 및 안장 기준 마련 등을 담고 있어 5·18 관련 국제적 연대와 역사적 정의 실현에 의미 있는 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박찬대 의원은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한 공헌은 국적에 따라 차별받아선 안 된다”며 “힌츠페터 기자와 헌틀리 선교사 같은 외국인 공헌자에게 합당한 예우를 제공하는 것이 시대정신에 부합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