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데일리 조남준 기자] 기후위기가 더 이상 미래의 예고가 아닌 현재 세대의 생존 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제21대 대통령선거는 한국 사회의 기후 대응 역량과 정치 지도자의 책임 의식을 가늠할 중대한 시험대가 되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각 후보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10대 공약을 기준으로 기후위기 대응 공약을 분석하고, 실행 가능성과 정책 철학에 대한 비교 평가를 실시했다.
경실련은 “기후위기는 단지 환경 문제가 아니라 산업, 복지, 정의, 경제가 교차하는 복합 위기”라며 “이 위기에 어떻게 대응하느냐는 각 정당과 후보의 철학과 비전을 보여주는 척도”라고 밝혔다.
이재명, 균형된 전략 제시…그러나 산업·지역 대책은 미흡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 같은 인프라 중심 정책과 ‘국민 실천 인센티브 강화’ 등 참여 기반 방안을 제시해 비교적 구체적이고 균형 잡힌 공약을 내놓았다는 평가다.
다만 전력망 제약 해소와 탈탄소 전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산업 공동화, 지역 소멸 등에 대한 대응책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아울러, 기후위기와 밀접한 재벌 개혁이나 에너지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언급이 부재한 점은 한계로 지목됐다.
김문수, 원전 중심 공약만 제시…기후 대응 인식 미흡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환경부를 기후환경부로 개편하겠다는 구상을 제외하면 온실가스 감축 목표나 에너지 전환 계획이 전무하다.
원자력 중심의 에너지 정책과 전기요금 인하 같은 공약은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정책이라는 비판이 많았다.
경실련은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후보의 인식과 실천 의지가 현저히 부족하며, 재벌 구조와의 연계성에 대한 이해도 결여돼 있다”고 평가했다.
이준석, 공약 부재…국민 알 권리 방기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기후위기 대응 관련 공약 자체가 제출되지 않아 대통령 후보로서의 준비 부족과 국민에 대한 책임 회피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경실련은 “기후위기는 선언이 아닌 실행이 필요한 과제이며, 공약의 부재는 리더십 부재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권영국, 진보적 구조 전환 강조…구체성은 보완 필요
권영국 후보는 ‘정의로운 전환’이라는 가치를 중심에 두고, 재생에너지 확대, 핵발전 중단, 녹색투자 확대, 탄소감축형 농업 및 산업 구조 전환 등 강도 높은 개혁안을 제시했다.
디지털 전환의 생태적 조건까지 고려한 포괄적 접근은 타 후보와의 뚜렷한 차별점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일부 공약은 실현 가능성과 재원 조달 방안이 부족해 구체성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경실련은 “기후위기 대응은 선언에 그칠 수 없는 절박한 시대적 과제”라며 “대통령 후보의 공약 실효성과 구조 개혁에 대한 철학이야말로 진정한 리더십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기후위기 분야 비교 평가는 경실련 정책공약검증단이 주관했으며,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경실련 상집위원)와 조연성 덕성여대 교수(경실련 재벌개혁위원장)가 평가를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