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데일리 조남준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직속 기구로 11일 공식 출범한 ‘사람사는세상 국민화합위원회’는 단순한 정책 협약 기구를 넘어선 복합적 정치 전략의 실현 도구로 해석된다.
겉으로는 사회 통합과 노동 정책 강화를 내세웠지만, 내부적으로는 ▲당내 ‘비명·친명’ 균열 봉합 ▲민주주의 회복이라는 가치 프레임 부각 ▲중도·합리적 진보층 결집을 노리는 다층적 메시지 설계가 엿보인다.
■ 비명계 포섭과 리더십 확장 시도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박용진 전 의원의 위원장 임명이다. 스스로 “비명이라 불리는 사람”이라고 강조한 박 전 의원을 전면에 세운 것은, 이재명 후보가 계파 갈등을 넘어서 민주당 전체를 아우르려는 리더십 확장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실제로 박 위원장은 이날 “비명·친명 나눌 때가 아니다. 정권 교체가 국민의 명령”이라며 선제적으로 내부 갈등 프레임을 덮고, 통합을 선언 한 셈이다.
이는 동시에 이재명 후보가 ‘나만의 진영’에 갇혀 있다는 한계를 벗기 위한 정치적 복선으로도 해석된다.
■ “진짜 대한민국” 프레임으로 민주주의 회복 강조
화합위 출범은 단순한 조직 확대가 아니다. 이 후보는 영상 축사에서 “이제부터 진짜 대한민국이 시작된다”고 말했고, 김경수 전 지사도 “민주주의 파괴자를 심판해야 진짜 ‘사람사는 세상’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 메시지는 단순한 대선 공약이 아니라, 윤석열 정부를 ‘민주주의 파괴 세력’으로 명확히 설정하고, ‘정권 교체=민주주의 회복’이라는 대선 프레임 전환을 시도하는 대목이다.
이는 보수 정권 하의 검찰 독주, 언론탄압 프레임에 민감한 유권자층—특히 40대·50대 개혁 성향 유권자들을 다시 결집시키기 위한 전략적 포석이다.
■ 노동 이슈 선점과 중도·실용세력 포용
국민화합위가 표면적으로 내세운 의제는 ‘노동정책’이다. 플랫폼 노동자, 이중구조 해소 등은 민주당이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실용·중도 노선 강화의 시금석이기도 하다.
기존 진보진영의 강성 노조 중심 정책 프레임에서 벗어나 비정형 노동자, 청년세대의 고용 안정 문제까지 포괄하는 노선 전환을 시도함으로써, ‘재벌개혁’과 같은 대립적 구호보다 미래 지향적 복지국가 비전을 부각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 남은 과제: “통합의 진정성” 증명
다만 과제도 분명하다. ‘비명계 포섭’은 선언만으로 완결되지 않는다. 박용진 외에도 실질적인 당내 통합 메시지를 더 폭넓게 보여줘야 하며, 정책·공천·인사 등 실질적 권한 배분으로 진정성을 증명하는 ‘행동의 정치’가 뒤따라야 한다.
또한 ‘민주주의 회복’이라는 거대 담론이 유권자에게 얼마나 실질적인 피부감으로 다가갈지도 관건이다. 즉, 과거 회고가 아닌 미래 비전을 덧붙인 실용적 서사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 통합의 기치는 높았지만, 승부는 앞으로
‘비명·친명 없다’는 선언은 분명히 통합의 상징이자 선거 전략으로서 유의미한 시작이다. 하지만 이 선언이 진짜 민주당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 아니면 또 하나의 선거용 슬로건에 그칠지는 향후 행보와 실행력에 달려 있다.
이재명 캠프는 지금, 내부 수습과 외연 확장을 동시에 이뤄야 하는 정치적 고지전에 올라선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