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칼럼]자원개발의 불문율
김효선 박사/ 한국탄소금융협회 부회장
프레스데일리
승인
2024.07.05 11:52
의견
0
[프레스데일리] 1990년 여름, 대학졸업 논문을 준비하고자 포항에 답사를 갔다. 판구조론에 의한 이론에 의하면 일본 서부와 우리나라 동부가 같은 지역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포항에 존재하는 제3기 지층패턴이 일본에도 존재하는지를 입증하기 위함이었다. 그해 일본에 가서 포항과 동일한 지층을 마쓰에에서도 발견하였다.
그로부터 34년이 지난 지금, 동해 유가스전에 대한 대통령 발표가 있었다. 심장이 벌렁거리지 않을 수 없다. 자원개발을 위한 노력은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계속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탄소중립을 위한 여정 또한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계속되어야 한다.
과거 우리는 기후변화협약을 기후 따로 변화 따로 협약 따로 다뤘던 적이 있다. 그래서 기후는 환경부, 변화는 산업부, 협약은 외교부, 이런 식으로 업무가 분리되어 부처 간 담을 쌓기에 좋은 조건을 제공했다. 그러다 보니 기후변화가 아니라 협약 자체를 저성장의 원흉으로 치부하고 시장경제를 역행하는 누더기 정책을 내놓기도 했다. 결국 현재의 탄소중립은 손이 가리킨 방향이 아닌 손가락을 원망하고 있다.
최근 싱가폴에서 탄소세를 시행했다는 뉴스와 동시에 많은 기업이 싱가폴을 떠나고 있다는 기사가 동시에 터져나왔다. 에너지허브인 싱가폴에 탄소세를 시행하게 된 배경이 무엇일까? 그 배경은 유럽의 탄소중립에 대한 정책실패를 본보기 삼고자 하는 의지가 엿보인다. 그리고 급증하는 전력수요에 대한 경계가 과감한 정책전환을 가져온 것으로 풀이된다.
유럽은 지구상 어느 곳보다도 기후변화를 빨리 위기로 받아들인 곳이다. 그리고 러시아 가스에 대한 의존도에 대한 경각심 또한 오래 축적되어왔다. 그러나 에너지전환 속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발목이 잡히고 나니 에너지안보와 기후위기에 대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결국 유럽의 에너지위기는 미국경제에 호재로 작용했다.
IEA던 BP던간에 2050 전력수요는 현재의 2.5배로 증가할 것이다. 그 원인을 AI와 개도국으로 돌리지만 빅데이터에 대한 수요는 계속될 것이고 데이터센터의 아시아 집중은 불가피해 보인다. 즉 탄소중립이 아니어도 전력에 대한 쏠림 현상은 피할 수 없는 우리의 과제다.
그렇다면 자원개발과 탄소중립을 다시 한번 고민해보자. 유럽이 실패한 에너지-기후안보정책은 우리에게 소중한 교훈을 준다. 유럽의 에너지전환은 옳았다. 다만 에너지안보에 대한 플랜B가 미흡했다. 에너지전환 속도에 비해 에너지안보 플랜B는 지루한 논의만 계속되었던 것이다.
11차 전기본 실무안에 의하면 목표수요는 기준수요 대비 16GW 부족하다.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전력수요가 2배이상 증가하는데 비해 석유와 가스는 1/4로 감소한다. 도대체 무엇으로 전력생산을 할 것인가? 원전이 석탄과 가스의 전력생산을 모두 대체하고 전기차가 모든 내연기관 차량을 대체하면 가능한 것인가? 만약에 실패하면 우리의 플랜B는?
2050은 더 이상 장기플랜이 아니다. 우리는 앞으로 50년, 즉 2080을 바라봐야 한다. 한전과 가스공사의 미수금은 2080 이전에 해결되겠지만 현재의 산업구조가 지속되는 한 또 발생할 것이고 또 어떻게든 해결될 것이다. 그런데 이번의 미수금은 좀더 심각하다. 왜냐면 계통문제를 해결할 비용 또한 가중되고 누적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슬슬 에너지안보와 기후위기에 대한 문제의식에 피로감이 쌓이고 있다. 문제만 후벼 파다보니 누가 지불할 것인가에 대해 논의조차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 폭탄돌리기가 곧 시작될 것이다.
자원개발에 대한 불문율이 있다. 매장량이 많다고도 못하고 그렇다고 적다고도 말하지 못한다. 왜냐면 많으면 시장가격에 영향을 미칠 것이요, 적으면 사업성에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자원개발에 대한 노력은 2050에 발휘되지 않을 수 있다. 앞으로 50년 아니 100년을 바라보는 시야가 필요하다. 미국이 셰일혁명을 성공시킬수 있었던 것은 자원이 아니라 기술력에 있다. 중국보다 더 나은 구조를 가지고 있었고 이를 채굴할 기술이 있었고 더 중요한 것은 산업경쟁력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의 자원개발 역사는 비교적 짧다. 그래서 건의한다. 자원개발과 탄소중립은 요원하지 않다. 같은 맥락에서 다루어져야 한다. 우리의 미래는 우리의 것이라기 보다 우리 후손의 것이다. 따라서 과거패턴을 반복하기보다는 미래지향적인 전문가풀이 가동되길 바란다.
저작권자 ⓒ 프레스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