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데일리 조남준 기자] AI 데이터센터의 급증으로 국내 전력망의 한계가 우려되는 가운데, 국회입법조사처가 전력망 과부족 문제를 진단할 수 있는 기술적 기반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특히, 지역별 송전 인프라의 혼잡도를 반영한 ‘모선별 한계가격(Node Marginal Price)’ 도입이 핵심 해법으로 제시됐다.
국회입법조사처(처장 이관후)는 25일 발간한 '전력망 과부족의 파악과 투자 우선순위의 결정'보고서를 통해 “국내 전력망의 물리적 한계와 지역 수용성 문제로 인해 대규모 전기시설 확충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전력망 투자와 운영에 대한 과학적 판단 기준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전력망 부족 여부를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위한 핵심 기술로 ‘모선별 한계가격’을 제시했다. 이는 특정 지역 변전소에서 전기를 추가로 공급받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비용을 의미하며, 전력 혼잡 지역의 식별과 투자 우선순위 설정에 활용될 수 있다.
그러나 현재는 해당 정보를 산출하는 기본 자료조차 확보되지 않아, 지역별 차등요금제 도입도 난관에 부딪힌 상황이다. 2025년 1월 감사원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전력거래소의 전력망 감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계통 운영 시스템에 필수 데이터가 축적되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AI 기반 제어망 개발 시 오히려 오류가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입법조사처는 “정확한 모선별 한계가격이 측정되고 공개된다면, AI데이터센터 등 전력 수요처는 자율적으로 요금이 낮은 지역으로 이전하며 산업 입지도 분산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곧 송전 혼잡 해소와 연료비 절감, 나아가 국가 전력망의 안정성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또한, 한전의 전력망 관리 기능과 전력거래소의 운용 기능을 통합해 보다 효과적인 계통운영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송전 비용이 높은 지역에 혼잡 비용을 부과하고, 이를 전력망 보강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식도 제시됐다.
입법조사처는 “향후 전력계통운영의 방향성은 공정하고 투명한 요금 구조에서 출발해야 하며, 이를 통해 전력산업계가 자율적으로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