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데일리 한종갑 기자] 물관리 일원화 7년을 맞은 한국 물산업이 내수 침체의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술혁신, 데이터전환, 정책금융의 3대 축이 물산업 재도약의 핵심”이라며, “AI와 디지털 기반의 스마트 서비스형 산업으로 구조 전환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물환경학회(회장 김성표)와 한국물산업협의회(회장 홍승관)는 최근 부여 롯데리조트에서 건설·엔지니어링·운영·제조기업과 학계 등 7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물산업 내수 활성화 방안 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포럼은 제2차 물산업진흥기본계획(2024~2028)의 실행 전략을 중심으로, 기후위기 대응과 산업경쟁력 회복을 위한 구체적 해법을 논의했다.
“AI와 자산관리, 상수도의 시장화를 이끌 기술혁신”
첫 발제에 나선 단국대학교 김두일 교수는 ‘기후재난 대응 상수도 혁신을 통한 시장 창출’을 주제로, 상수관망 노후화와 수질 불안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K-Smart Water Platform 구축을 제안했다.
그는 “AI·디지털 트윈 기반의 실시간 감시 체계와 자율 점검 로봇, AI 유지보수 예측 서비스 도입이 필수”라며 “공공조달 중심의 장비 공급 시장에서 데이터·AI 기반의 서비스형 시장(DaaS, SaaS)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대학과 연구기관이 기술 검증과 표준화를 담당하고, 정부는 해외 진출을 위한 ‘K-Smart Water’ 브랜드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지하수는 기후적응의 숨은 자원이자 신시장”
㈜지오그린21 이명재 대표는 “가뭄이 일상화된 지금, 지하수는 수자원 다변화의 핵심이자 지역 회복탄력성의 열쇠”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 우리나라 지하수 비중은 2.3%에 불과하지만, 선진국은 60~70%에 달한다”며 “정책적 저활용 문제를 해소하고, AI 기반 관리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지하수저류댐, 인공함양, 지하수-지표수 연계 모델을 기반으로 지역 맞춤형 인프라를 구축하고, 이를 해외 ODA 사업으로 확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수도, 환경 인프라를 넘어 데이터 산업의 플랫폼으로”
중앙대학교 오재일 교수는 “하수도는 더 이상 단순한 인프라가 아니라 지속가능한 서비스 산업으로 재정의돼야 한다”며 “노후 관로 개선과 스마트 유지관리 전환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PFAS·미세플라스틱 대응, 탄소중립형 하수열·바이오가스 회수 체계, AI 기반 무인화 관리 등 신산업으로의 확장을 제시했다. “하수도는 환경산업이 아닌 데이터·에너지 융합산업의 플랫폼으로 진화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결론이었다.
“반도체용 초순수, 물산업의 신성장 엔진”
SK에코플랜트 조환철 팀장은 “초순수(UPW)는 반도체 산업의 생명선”이라며 “무방류(ZLD)·고회수형 수처리 기술이 물산업의 신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SK에코플랜트가 개발한 CSRO(Circle-Sequence Reverse Osmosis) 기술을 소개하며 “회수율 97%, 전력사용량 30% 절감으로 ESG 수처리의 모범사례”라고 설명했다.
조 팀장은 “국산 기술의 표준화·인증체계 구축을 통해 대·중소기업 협업 생태계를 만들고, 반도체 플랜트 수처리 시장으로 수출산업화를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데이터 전환과 물 인프라 안정화 기금이 관건”
한국수자원공사 이두진 상하수도연구소장은 “미국은 WIFIA·SRF 등 금융지원으로 노후시설 개선과 일자리 창출을 병행한다”며 “국내도 ‘물 인프라 안정화 기금’을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국환경공단 나명호 물환경관리처장은 “상하수도 산업은 건설 중심에서 데이터 통합 서비스 산업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AI 예측관리와 성과평가 시스템을 갖춘 스마트 워터 플랫폼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건화 임갑선 부사장은 “기관 간 협업 부재와 중복 기능이 혁신의 걸림돌”이라며 “데이터 공개 플랫폼과 ICT 융합을 통해 민간 생태계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물산업, 공급에서 서비스로… 데이터가 산업의 자산”
참석자들은 물산업을 더 이상 ‘시설산업’이 아닌 ‘서비스산업’으로 재정의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AI·데이터 기반 기술혁신과 지하수·하수·반도체 수처리 등 산업 간 융합을 통한 내수형 신시장 개척이 한국 물산업의 생존 전략이자 새로운 성장동력이라는 데 의견이 모였다.
결국 이번 포럼은 ‘공급 중심에서 서비스 중심으로, 시설투자에서 데이터 기반 가치창출로’의 대전환을 예고하는 자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