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데일리 한종갑 기자] AI와 디지털 혁신이 에너지 산업의 패러다임을 뒤흔드는 가운데, 천연가스가 다시금 ‘에너지 대전환의 핵심축’으로 주목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고 안정적 전력공급을 가능하게 하는 현실적 에너지원은 여전히 천연가스”라며, 정부·산업계의 협력을 통한 ‘에너지 안보’와 ‘지속가능성’의 병행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가스연맹(회장 최연혜 한국가스공사 사장)은 7일 서울 역삼동 삼정호텔에서 회원사 및 에너지 전문가 12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2025 KGU에너지 컨퍼런스’를 열고, AI 시대 천연가스의 전략적 역할을 모색했다.
“천연가스는 국가 경제의 버팀목”
최연혜 한국가스연맹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AI 기술혁신과 디지털 전환이 에너지 산업의 판도를 바꾸고 있는 지금, 천연가스는 재생에너지의 최적 동반자이자 국가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새 정부의 디지털 기반 에너지 고도화 전략 속에서 천연가스는 유연성과 안정성을 모두 갖춘 에너지원으로, 탄소중립과 성장의 균형을 이끌 핵심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며 “산업계와 공공기관이 함께 협력해 국민의 에너지 안정을 지켜야 한다”고 당부했다.
“효율·공정·지속가능한 가스산업으로”
산업통상자원부 윤창현 자원산업정책국장은 “글로벌 가스시장은 미국·카타르 중심의 ‘공급 경쟁 시대’로 전환됐다”며 “이 변화는 기회이자 위기”라고 진단했다.
그는 “국가 가스산업이 효율적이고 공정하며 지속가능한 시스템으로 도약해야 한다”며 “공급 안정, 시장 효율, 공정 경쟁이 조화를 이루는 구조를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국장은 특히 “민간 직수입 물량이 전체의 10%를 차지하는 만큼, 민간 역시 국가 수급 안정의 한 축으로 책임을 다해야 한다”며 “정부·공공·민간이 함께 협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글로벌 LNG 시장, 美·카타르 주도 공급 재편”
에너지경제연구원 노남진 가스정책연구실장은 “유럽을 중심으로 LNG 시장 재편이 가속화되고 있다”며 “러시아 PNG(파이프라인가스) 감소로 미국·카타르산 LNG 의존도가 급증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현물 거래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가격 변동성이 커졌다”며 “장기계약 중심의 안정적 조달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Rystad Energy의 오다카 마사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LNG 공급은 향후 5~7년간 사상 최대 폭으로 확대될 것”이라며 “미국·카타르가 공급을 주도하는 가운데, 아시아는 여전히 구조적 수입국으로 남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AI 혁명, 에너지 안정성이 경쟁력의 핵심”
한국가스공사 송영상 선임연구원은 “AI 산업의 근간은 에너지 안정성”이라며 “데이터센터 운영과 전력공급의 안정성을 보장하는 핵심 교량 에너지원이 바로 천연가스”라고 밝혔다.
그는 “신재생의 간헐성을 메우고 SMR(소형모듈원전) 상용화 전까지 공백을 보완할 현실적 대안은 천연가스뿐”이라며, “AI 시대의 성장 속도를 따라잡으려면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송 연구원은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가스 인프라를 보유한 국가”라며 “이 자산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면 신재생·AI 전환 시대에도 안정적 전력공급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美·카타르 중심 공급 경쟁 심화… 아시아 수입 의존 지속”
리스타트 에너지 오다카 애널리스트는 “향후 5~7년 동안 전 세계 LNG 공급이 사상 최대 폭으로 늘어나겠지만, 아시아의 수입 의존 구조는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한국과 일본 등 주요 수입국들은 장기계약 중심의 안정적 조달전략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는 “미국의 신규 LNG 프로젝트가 향후 공급 확대를 주도하겠지만, 생산단가가 카타르 등 중동 지역보다 높아 가격 경쟁력에서 불리하다”고 덧붙였다. “헨리허브(Henry Hub) 가격이 4달러일 경우 아시아 인도 가격은 약 9~10달러 수준으로 상승하는 반면, 카타르산 LNG는 약 6달러 선에서 공급돼 여전히 시장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AI와 천연가스의 교차점에서 에너지 전환의 미래를 보다”
이번 컨퍼런스에서는 이외에도 ▲김형준 KAIST 교수의 ‘기후 완화와 적응을 위한 AI’, ▲임지우 한국CCUS추진단 매니저의 ‘탄소중립 전략과 국경통과 CCS’, ▲Bryan Lim Kpler 매니저의 ‘해양에너지 전환의 새로운 흐름’, ▲Go Katayama Kpler 수석 애널리스트의 ‘아시아·유럽 LNG 가격 연동 분석’ 등 다양한 주제가 발표됐다.
참석자들은 “AI·디지털 대전환이 가속화될수록, 에너지 안정성을 책임지는 천연가스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며 “지속가능한 에너지 믹스 속에서 천연가스의 새로운 전략적 위상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