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데일리 조남준 기자] 글로벌 인공지능(AI) 패권경쟁이 기술 중심에서 ‘인재 중심’ 경쟁으로 전환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AI 인재정책이 구조적 한계에 직면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국회미래연구원(원장 김기식)은 22일 ‘AI 패권경쟁 승리공식: 중국의 인재전략 분석과 정책적 시사점’보고서를 발표하고, “AI 인재 확보를 위한 패러다임 전환이 시급하다”며 생애주기 전 과정을 고려한 전략적 인재정책을 제안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최근 AI 논문 생산과 인용지수, 특허 출원 등 거의 모든 지표에서 세계 선두를 차지하며 ‘기술 굴기’를 현실화하고 있다.

2023년 기준 전 세계 AI 논문 중 중국의 비중은 23.2%로 미국(9.2%)을 크게 앞섰고, 인용 수에서도 22.6%를 차지하며 유럽(20.9%), 미국(13.0%)을 제쳤다.

AI 특허 출원에서도 중국은 2022년 11만2천 건을 기록해 미국(2만7천 건)의 4배를 넘었으며, 2023년에는 전 세계 AI 등록 특허의 **69.7%**를 차지해 글로벌 선두국 지위를 확고히 했다.

글로벌 인재 경쟁에서도 중국의 존재감은 압도적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세계 상위 100명의 AI 전문가 중 절반 이상이 중국인이며, 미국 내 AI 전문가의 절반도 중국계로 분류된다.

결과적으로 전 세계 최상위 AI 인재의 65% 이상이 중국계에 속하는 셈이다.

중국의 AI 연구자는 약 5만 2천 명으로 미국(6만 3천 명)에 이어 세계 2위지만, 2015년 1만 명 미만 수준에서 불과 10년 만에 연평균 30%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반면 한국은 4,926명(세계 8위권) 수준으로, 규모 면에서 중국의 10%에도 못 미친다.

보고서는 중국의 강점을 ‘AI+ 국가 전략’과 개방형 혁신생태계 구축에서 찾았다.

정부가 고위험·초기 단계 연구개발(R&D)에 선제 투자하고, 데이터·인프라·인재를 통합 관리하는 국가 주도형 체계를 통해 기업·대학·연구기관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중국은 인재의 진로 탐색부터 선발, 역량 형성, 연구개발, 정착, 글로벌 유치에 이르는 전 주기가 전략적으로 연계된 구조를 형성했다.

특히 ‘기초연구형’과 ‘산업응용형’ 인재로 세분화해 각각에 적합한 교육 및 산업 역할을 분담함으로써 병목 없는 선순환 인재 생태계를 구축했다고 평가했다.

반면 한국의 AI 인재전략은 인재 생애주기 전반에 걸쳐 구조적 병목을 겪고 있다고 보고서는 진단했다.

이공계 기피 심화, 조기 선발 및 육성체계 부재, 대학 자율성 제약, 단기성과 중심의 R&D 구조, 산업계의 제한된 교육 참여, 해외 인재 정착 장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국가 혁신생태계의 안정성을 저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회미래연구원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전주기 인재전략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핵심 전략으로는 ▲학년별 AI 교육 성취기준과 청소년 커리어 경로 개발 ▲탑티어 인재 조기 선발·엘리트 육성 트랙 마련 ▲대학 자율성 확대 및 권역 연합형 ‘AI+X’ 교육모델 확산 ▲R&D 기획·관리·평가체계 혁신 ▲기업 설립형 대학원과 개방형 교육 플랫폼 활성화 ▲민간 주도 자격인증 및 평생학습 지원 확대 ▲글로벌 인재 유입·정착 제도 혁신 등을 제시했다.

특히 보고서는 이러한 전략을 실행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대통령 직속 범부처 거버넌스 구축을 강조했다.

현재와 같은 부처 간 협업 수준을 넘어, AI 인재정책을 국가 산업·혁신전략의 핵심축으로 통합 관리할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여영준 부연구위원은 “AI 경쟁의 본질은 ‘기술’이 아니라 ‘인재 주권’을 누가 선점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인재가 아니라, 산업 수요와 인재 생애주기를 정교하게 연계한 전략적 체계로의 전환”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AI 시대의 경쟁력은 기술이 아닌, 인재가 성장하고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시스템 설계 능력에서 비롯된다”며 “정부·산업·대학이 교육·연구·산업 간 단절을 해소하고 인재 유입부터 정착까지를 하나의 생태계로 통합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