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데일리 조남준 기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22일 전체회의를 열고 오영준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여야 합의로 채택했다.
아울러 AI 디지털교과서 도입, 화물차 안전운임제 재도입, 마을기업 지원법 제정 등 다수의 민생 법안을 포함한 총 25건의 법률안을 심의·의결했다. 특히, 업무상 배임죄와 특별배임죄에 ‘경영판단 원칙’을 적용해 형사처벌 기준을 명확히 하려는 형법·상법 개정안은 향후 재계와 시민사회 간 논란이 예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위원장 이춘석)는 이날 오후 2시 전체회의를 열고, 오영준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여야 합의로 채택했다. 이번 인사청문경과보고서는 청문회에서 제기된 윤리성과 전문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기본권 보장에 대한 헌법적 소양이 충분하다는 데 여야가 공감하면서 순조롭게 채택됐다.
이날 회의에서는 법사위 고유 법안 2건과 함께 타 위원회에서 회부된 23건의 법률안이 체계·자구 심사를 거쳐 의결됐다. 그중 민생 현안과 밀접한 법안이 다수 포함돼 주목을 끌었다.
AI 디지털교과서 도입 법제화… “교육자료의 법적 정의 신설”
교육위원회 소관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은 인공지능(AI) 기반 디지털교과서를 학교장이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사용할 수 있도록 교육자료의 개념을 법적으로 명시했다. 이는 미래형 교육체계로의 전환을 가속화하려는 정책의 일환으로, 기존에 ‘참고자료’나 ‘보조교재’로만 사용되던 AI 콘텐츠에 공식적인 지위를 부여하는 것이다.
쟁점은 AI 콘텐츠의 검증·책임 주체 및 편향성 여부였다. 일각에서는 AI 추천 알고리즘이 학습자 간 정보 격차를 초래하거나 특정 민감 이슈에서 편향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이에 따라 교육부 차원에서 엄격한 품질관리와 모니터링 체계를 병행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 재도입… “2026년부터 3년간 한시 적용”
국토교통위원회 소관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은 코로나19 기간 한시적으로 운영됐던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를 2026년부터 2028년까지 3년간 재도입하는 내용이다. 안전운임제는 저가 운임 경쟁을 방지하고 화물 노동자의 최소 생계와 도로 안전 확보를 목적으로 도입됐으며, 지난해 일몰되면서 운수업계와 노조 간 갈등이 재점화된 바 있다.
정부와 여당은 제도의 효율성 논란을 이유로 반대해 왔으나, 최근 연료비 급등과 노동환경 악화 등으로 국회 차원의 제도 재도입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관련 개정안이 다시 통과됐다.
쟁점은 제도 일몰의 반복성과 정책의 지속 가능성이다. 화물연대 등 노동단체는 일몰 없이 상시 제도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일부 경제계는 운임제에 따른 물류비 상승을 우려하고 있다.
‘마을기업 지원법’ 제정… “지자체 지원 명문화”
행정안전위원회 소관 「마을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안은 지역 공동체 기반의 마을기업 설립·운영을 위해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적·재정적 지원 근거를 마련한 내용이다. 농어촌 공동체와 도시재생, 사회적경제 활성화 등 다층적인 목적을 갖고 추진된 이 법안은, 기존 지침 수준이었던 마을기업 지원을 법제화해 안정성을 높이려는 시도다.
정치적 배경에는 지방소멸 대응 및 청년 일자리 창출, 사회적경제 영역 확대에 대한 초당적 공감대가 있다. 다만, 재정 지원의 형평성과 실효성을 두고 일부에서는 관리·감독 강화 방안이 병행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배임죄에 ‘경영판단 원칙’ 적용… 형법·상법 개정안 소위 회부
법사위 고유 안건으로 상정된 「형법」 및 「상법」 개정안 2건은 각각 업무상 배임죄와 특별배임죄에 ‘경영판단의 원칙’을 명시적으로 반영하려는 시도로, 경영진의 정당한 판단이 형사처벌로 이어지는 것을 방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해당 법안은 재계에서 오랫동안 요구해 온 규제 개선 과제 중 하나다. 불확실한 경영환경에서 이사나 대표이사가 손해를 입히지 않으려 소극적인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는 지적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시민단체와 학계에서는 해당 개정안이 재벌 총수나 기업 고위임원의 배임 책임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경영판단’이라는 모호한 기준이 법적 판단의 명확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이에 따라 이날 법안은 대체토론을 거쳐 추가 논의가 필요한 사안으로 판단, 법안심사소위원회로 회부됐다.
이날 법사위 회의는 인사청문, 민생입법, 기업규제 완화 등 다양한 의제를 포괄하며, 각 법안의 사회적 파장과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점에서 향후 상임위별 논의와 본회의 통과 과정에서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