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데일리 조남준 기자] 삼성물산·제일모직의 부당 합병과 관련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게 무죄가 선고된 대법원 판결에 대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17일 “사법 정의와 경제 정의가 무너진 날”이라며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이날 대법원은 이 회장에게 적용된 총 19건의 혐의 모두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렸으며, 함께 기소된 관계자들 역시 전원 무죄를 선고받았다.

경실련은 이번 판결이 “재벌 총수의 불법적 경영 승계와 세습을 용인한 것”이라고 비판하며, 이는 다른 대기업·중견·중소기업 총수들도 회계 부정과 시장 질서 교란을 자행해도 처벌받지 않을 수 있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향후 기업의 경영 승계가 법과 원칙이 아닌 권력과 자본 논리에 따라 좌우될 우려가 크다”며, 이는 공정한 시장경제 질서를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중대한 선례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특히 이번 판결이 2015년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이 이 회장의 경영 승계를 위한 작업이었다는 점을 사실상 외면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대법원이 과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2020년 6월)에서 이 회장의 불법 승계 시도를 인정했던 판단을 스스로 뒤집은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경실련은 “사법부가 이번 판결을 통해 사법 정의를 훼손하고, 국민의 신뢰를 다시 한번 무너뜨렸다”고 강조하며, “재벌이 자본시장을 교란하더라도 실질적 처벌 없이 넘어갈 수 있다는 전례가 생긴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러한 판결은 기업 지배구조의 불투명성을 심화시키고, 시장 참여자들에게도 불신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끝으로 경실련은 “경제민주화를 바라는 시민들과 함께, 불법·편법으로 기업 지배구조를 왜곡하는 행위에 대한 감시와 개혁을 더욱 강력히 요구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