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데일리 조남준 기자] 미국의 이란 핵시설 직접 타격으로 중동 정세가 급속히 악화되는 가운데, 23일 이재명 대통령이 나토(NATO) 정상회의 불참을 결정하고 긴급 수석보좌관회의를 열어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대통령 취임 19일 만에 처음 열린 이번 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중동 상황이 매우 위급하다”며 전 부처의 비상 대응 체계 구축을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불확실성 확대로 외환·금융·자본시장 전반의 불안정성이 커지고 있다”며 “유가 상승과 맞물려 물가 불안이 우려된다. 합당한 대책을 충분히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움직임으로 인해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대통령은 추가경정예산안(추경) 심사 과정에서 중동 리스크를 반영한 예산 편성 필요성도 언급하며 “필요시 추경 조정도 추진하라”고 밝혔다.

애초 이 대통령은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NATO 정상회의와 인도·태평양 파트너국(IP4) 회의 참석이 유력했으나, 중동 사태의 심각성을 감안해 참석을 취소했다. 이에 따라 대통령실은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을 대통령 특사로 파견해 정상회의에 대신 참석하도록 했다. 연기된 한미 정상회담은 오는 7~8월 중 다시 추진될 예정이다.

한편, 이날 대통령실은 이재명 정부 1기 내각으로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를 발표했다. 전직·현직 국회의원, IT·과학기술계 인사, 노동계 대표 등 다양한 배경의 인사들이 포진된 이번 인선은 실용주의와 정치적 안정성을 함께 추구한 ‘파격 내각’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전임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인사임에도 유임됐다. 야당 대표 시절 이재명 대통령이 강력히 추진했던 양곡관리법에 반대한 인사임에도 불구하고 유임을 결정한 것은 “진영을 가리지 않고 실력과 성과로 평가한다”는 실용주의 철학의 실천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IT계 출신 인사도 주목을 받았다.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로는 네이버 전 대표 한성숙 씨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으로는 LG AI연구원장 배경훈 씨가 지명됐다. 각각 온라인 상거래 생태계 혁신과 국산 초거대 AI ‘엑사원’ 개발을 이끈 성과를 인정받은 인사들이다.

국무조정실장에는 문재인 정부에서 국무조정실 1차장을 지낸 윤창렬 LG글로벌전략개발원장이 임명됐다. 국조실 출신이 실장에 오르는 것은 조직 개편 이후 처음으로, 일부에선 이를 “기획재정부 중심 행정 구조의 균형 조정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이번 내각 인선에서는 전·현직 의원 6명이 포함돼 있어 청문회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국정 철학을 부처에 신속히 반영하려는 전략도 읽힌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