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데일리 조남준 기자]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14일 서울 중구 정동에서 ‘전략적 기후 소송에 관한 글로벌 워크숍’을 열고, 정부와 기업의 기후위기 책임을 법적으로 묻는 각국의 시민 참여 사례를 공유했다.

이번 행사는 한국 헌법재판소가 기후위기 대응과 국민의 기본권 침해 여부를 두고 헌정 사상 처음으로 공개변론을 연 지 1년을 맞은 시점에서 열린 만큼 더욱 큰 의미를 지닌다.

워크숍의 오전 세션에서는 동아프리카, 네덜란드, 미국 등지에서 진행된 주요 기후 소송 판례와 전략이 법률 전문가들에게 소개됐다.

데일 파스칼 온얀고 변호사는 케냐의 라무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허가를 무효화한 소송을 소개했다. 이 판결은 국가 발전 사업 허가 시 기후변화를 고려하고 공공참여를 보장해야 한다는 점에서 국제적으로 중요한 선례로 평가됐다.

에프예 데 크룬 그린피스 네덜란드 캠페이너는 네덜란드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기후 소송을 소개했다. 이 소송은 정부의 기후 적응 및 감축 조치가 주민의 생명권과 권리를 충분히 보호하지 못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기후 정의 실현을 위한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찰리 홀트 변호사는 미국 에너지 기업이 그린피스와 기후 운동을 방해하려고 제기한 SLAPP 소송을 소개하며, 이는 시민사회의 표현의 자유와 평화적 시위를 억압하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오후 세션에서는 아시아 지역의 시민 참여 기후 소송 사례가 소개됐다.

윤세종 변호사는 한국의 첫 기후 소송 사례인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을 다뤘다. 이는 정부가 2050년까지의 탄소중립 계획을 제시하지 않아 미래세대의 헌법적 권리를 충분히 보호하지 못한다고 판단한 중요한 사례로 평가된다.

조에 황 변호사는 대만의 기후법이 실질적인 감축 목표 없이 환경부에 책임을 전가한 문제를 비판하며, 대만 사법부에 청원한 기후 소송을 소개했다.

일본의 KIKO 네트워크와 미에 아사오카 변호사는 일본 청년들이 주도한 주요 화력발전소를 상대로 한 탄소 감축 소송을 소개했다.

버지니아 베노사 그린피스 동남아시아 필리핀 사무소 선임 기후 캠페이너는 필리핀에서 기업의 기후 책임을 묻는 세계 최초의 기후 피해 인권조사 사례를 다뤘다.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 양연호는 국내 대형 발전 사업에서 환경영향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기후 소송의 필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린피스 법무담당자 채혜진은 “이번 워크숍은 시민들이 법의 힘으로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시대가 열렸음을 보여준 자리였다”며, “시민이 직접 당사자가 되어 정의를 실현하는 기후소송의 흐름은 한국에서도 더욱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워크숍은 기후 소송이 단순한 환경 문제를 넘어, 글로벌 차원에서 기후 정의와 기본권을 수호하는 중요한 법적 수단으로 자리잡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전환점을 나타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