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데일리 김익수 기자] 하수도 정책이 기후위기 대응의 핵심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유럽연합(EU)은 ‘오염원인자 부담 원칙’을 강화한 하수처리지침 개정을 통해 ‘제로 오염’ 실현에 나섰다.

우리나라도 이를 참고해 신종오염물질에 대한 사전예방 체계를 갖추고, 관련 책임을 명확히 하는 법 개정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입법조사처(처장 이관후)는 7일 "기후위기 대응 하수정책의 개선 과제 –'EU 하수처리지침'개정을 통한 시사점"이라는 제목의 '이슈와 논점' 보고서를 발간하고, 우리나라 '하수도법' 개정 필요성을 제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하수는 하천 수질과 생태계에 직결된 주요 환경 요소로, 기후변화에 따라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실제로 녹조, 병원균, 내성세균, 신종오염물질이 하천에서 지속 검출되면서 주민 건강과 환경에 대한 우려가 증대되고 있다.

이에 유럽의회 환경·공중보건·식품안전위원회(ENVI)는 2025년 1월부터 시행 중인 개정 하수처리지침을 통해 환경보호와 공중보건을 동시에 고려하는 종합 대책을 마련했다.

개정된 EU 지침의 핵심은 오염원인자책임(EPR, Extended Producer Responsibility) 강화다. 화장품 및 제약업계를 오염원인자로 특정하고, 이들이 신종오염물질 제거를 위한 추가 처리비용의 80%를 부담하도록 규정했다. 또한, 코로나바이러스 등 바이러스 감시에 기반한 하수 기반 역학조사(WBE) 체계를 구축하고, 하수슬러지의 자원 순환 및 농업용수 재이용을 통해 탄소중립도 함께 달성한다는 전략이다.

EU는 이러한 제도 개선을 통해 2040년까지 연간 약 66억 유로의 재정적 이익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 「하수도법」은 1966년 제정된 이후 방류수 수질기준 강화 중심으로 운영돼 왔다. 그러나 신종오염물질이나 기후변화로 인한 불확실성에 대한 대응 체계는 여전히 미비한 상황이다. 현재 하수처리 책임은 지자체에 맡겨져 있어, 국민 건강에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오염물질에 대한 근본적인 사전 대응이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또한, 하수기반 역학조사 역시 주무부처가 아닌 타 부처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회 입법조사처 환경노동팀 김경민 입법조사관은 이러한 한계를 지적하며, 개정방향으로 우선 공공수역의 물환경 보전과 함께 ‘탄소중립’을 하수정책의 핵심 목표로 명시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김 입법조사관은 또 "국민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신종오염물질에 대해 오염원인자에게 처리 책임을 부과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하수기반 역학조사(WBE)를 환경부가 주도적으로 통합 구축·운영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김경민 입법조사관은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하수정책은 이제 단순한 수질 개선을 넘어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핵심 사안"이라며 "EU의 사례처럼 우리도 선제적이고 통합적인 하수도법 개정을 통해 지속가능한 물환경을 구축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